[투데이 칼럼] 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나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울었다/아름다운 것들은 오래가지 않는 것을 알기에.’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작가 칼 샌드버그가 가을을 노래한 시다. 아름다운 것에 대해 감탄한 뒤에 따라오는 허전함은 어쩔 수가 없다. 시인의 말처럼 곧 겨울 북풍이 불어오고 저 고운 빛은 갈색으로 바래질 테니까 말이다. 가을이 오면 어김없이 추수감사절을 맞이하게 된다. 영국, 일본, 베트남, 중국, 한국 등에서 총 스무 번의 추수감사절을 맞게 됐다. 매번 칠면조와 호박파이를 먹을 수 있는 행운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에 감사를 느낀다. 감동으로 맞이하지만 곧 사라지는 가을에 추수감사절이 있는 것은 조금은 겸허한 마음으로 인생을 돌아보라는 신의 뜻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 산둥성(山東省) 성도인 지난에 있는 산둥예술대학교를 방문했다. 산둥성 중부에 자리한 지난은 사통팔달 교통이 발달한 대도시다. ‘샘의 도시’라 불릴 만큼 샘과 버드나무가 어우러져 경치가 빼어나다. 학생들이 준비한 특별공연이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산둥예술대학교 신캠퍼스 야외무대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3시간 동안 학생들의 공연이 지루할 틈 없이 펼쳐졌다.

다음날엔 공자사원을 방문했다. 산둥성 일대는 춘추 전국시대 때 제(齊)나라와 노(魯)나라 때 번성했던 곳이고 공자와 맹자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만큼 산둥성 사람들의 자부심도 크다. 숙소에서 두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취푸(曲阜)는 제철공장과 여러 건물들이 있어 현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도시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

중국 역사상 위대한 사상가이자 정치이고 교육자, 철학자인 공자는 BC551년 춘추전국시대 노나라 수도인 취푸에서 태어났다.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 일본 베트남 등의 주변 나라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공자와 유학을 추앙하는 13명의 황제가 이곳에 와서 직접 제사를 지냈다고 하니 그의 위대함은 세월을 뛰어넘었다. 478년에 세워진 공자사원 중 공묘(孔廟)는 공자가 살았던 집 3칸을 시작으로 사당을 조성해 수차례 확장하면서 현재 총 면적이 218헥타르에 이르며 황궁 격식에 맞추어 건립된 중국 3대 고건축 중 하나라고 한다. 200헥타르에 이르는 공자묘, 즉 공림(孔林)은 2300여년 동안 공자와 그 후손들의 가족묘지가 돼왔다. 공자사원 바로 옆 저택, 공부(公俯)에는 여전히 공자 후손들이 살고 있다. 공묘, 공림, 공부 모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필자는 그 분위기에 압도돼 공자의 어떤 면면이 250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기억되는 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 지인들 중에는 그의 가르침으로 삶의 가치와 기준을 삼는 이들도 많았다. 그렇게 공자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는 듯하다. 단풍의 화려한 색으로 다가왔다가 너무나 아쉽게 가버리는 가을의 의미를 그의 철학에서 찾아보는 건 어떨까.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