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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북부보훈지청 선양팀장 정혜심

만추에 가까운 11월. 아름다움을 뽐내던 단풍은 서서히 운명을 다해가고 거리에는 하나 둘씩 코트를 껴입은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리고 곧 다가올 빼빼로 데이를 맞이하여 문구가게와 편의점 앞은 화려하게 포장된 과자들로 가득하다.

흔히 사람들은 11월을 위처럼 기억하기 마련이다. 춥지만 선물을 나누는, 그래서 마음만은 따뜻한 달.

그러나 11월은 다른 의미가 있는 달이기도 하다. 바로 추모의 달이다. 전 세계인이 한국시간으로 11월11일 11시가 되면 1분간 하던 일을 멈추고 부산을 향하여 추모한다.

그 유래는 이렇다. 세계대전 등 유례없는 혼란을 겪고 세계적 연합이 필요하다는 각 국의 여론 속에 1945년 유엔이 출범했다.

그로부터 5년 후, 유엔은 자유와 평화를 위해 연합군을 파병하게 되는데 그 전쟁이 바로 6.25전쟁이다.

연합군 대부분은 10대에서 30대를 아우르는 앞날이 창창한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연고도 없는 타국을 위해 오로지 인류애를 가지고 전투에 임했다.

연합군은 국군과 함께 인천상륙작전, 낙동강 방어선 전투, 흥남철수 작전 등에서 큰 성과를 이루며 우리나라를 방어했다.

그러나 승리 뒤에는 비극이 있다. 전쟁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15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듬해까지도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전사자가 점점 늘자 1951년 1월 유엔군 사령부는 전사자 안장을 시작한다. 이곳이 부산시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유엔 묘지이며, 현재는 '유엔기념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캐나다 참전용사 빈스 커트니 씨는 전사한 동료들을 위해 하나의 제안을 한다. 매년 11월11일 11시에, 수 십년 전 전사한 용기있고 인류애 넘치는 그들을 위해 추모하자.

왜 11월11일 11시였을까? 숫자 '1'에는 많은 함의가 있다. '1'은 서서 추모하는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다. 또한, 11월11일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이며, 영연방 국가에서는 현충일이다. 미국에서는 제대군인의 날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11월11일은 추모의 의미가 깊은 날인 것이다. 기억하기도 쉬운 날짜와 시간이다.

앞으로 11월을 다르게 기억하면 어떨까? 만추도 좋고, 빼빼로도 좋다. 거기에 하나, 추모를 기억하자.

어떤 이가 그러지 않았던가. 기억 속에서 사라지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라고. 매년 11월11일, UN참전용사는 전 세계인들에게 잠시나마 기억될 것이기에 영원히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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