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미자 검출기 기존수단 보완 IBS 연구단 국제 포럼서 의견제시
北 영변 원자로 검출기 설치하면 비핵화 여부·원자로 가동 감시

최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이 급물살을 타면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큰 이슈로 부각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선 추가 핵실험 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물리학자들이 연구 중인 ‘중성미자 검출기’가 철저한 비핵화 검증이 가능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돼 관심이 모아진다.

8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최근 국제 물리학자들이 참석하는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북한 비핵화’를 주제로 진행됐으며, 북한 핵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았다.

포럼에서 IBS 지하실험 연구단 김영덕 단장과 서선희 연구위원, 김수봉 서울대 교수와 국제 중성미자 학자들은 중성미자 검출기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존 검증 수단들의 단점을 보완할 새로운 검증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중성미자(neutrino)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 중 가장 가벼운 입자다.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면서 전하를 띠지 않고, 다른 물질과도 약한 상호작용만하기 때문에 관측이 힘들다. 이런 점 때문에 ‘유령 입자’로도 불린다.

빅뱅, 초신성폭발, 태양의 핵융합, 우주선(Cosmic Ray)이 대기에 들어올 때 자연에서 만들어지기도 하시만, 원자로에서 핵연료가 핵분열 할 때도 발생한다.

실제 IBS 연구진은 중성미자를 검출하고 성질을 규명하기 위해 전남 영광 한빛 원자력발전소에 ‘원자로 중성미자 진동실험’(RENO)과 ‘단거리 중성미자 진동실험’(NEOS)를 진행 중이다. 한빛 원자력발소에 설치된 RENO는 발전소와 각각 290m, 1.38km 떨어진 곳에 설치돼 중성미자를 검출한다.

이번 포럼을 소개한 사이언스 Letters 코너에선 북한 영변 원자로 주변에 중성미자 검출기를 설치하면 원거리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CCTV 도움 없이도 24시간 원자로 가동상황과 플루토늄 생성도 감시할 수 있다. 원자로에선 1초에 1000만W(1GW) 출력 당 대략 2해(2×10에 20승)개의 중성미자가 생성된다. 생성된 중성미자 개수는 원자로의 열 출력에 비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역으로 중성미자가 검출된 개수를 통해 원자로 가동여부와 열 출력을 추적할 수 있다.

중성미자 학자들은 이 아이디어가 실현되고 북한 과학자들도 국제공동연구에 참여한다면 비핵화 검증은 물론 학문적으로 가치 높은 연구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서선희 연구위원은 “중성미자 검출기는 기존 검증도구와 달리 통제지역인 원자로에서 벗어나 원거리에서도 핵 활동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며 “물리학의 최첨단 기술이 평화적 이용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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