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22 빨리 온 겨울 - 2편
아들에 대한 그리움… 불면의 밤
남겨진 손주들 생각하면 눈물뿐
다해 클 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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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하나 낳자마자 이혼해서 평생을 혼자 키워왔는데 이제 손주들까지 내 몫이 되니 팔자도 참 서럽네요.”

세 달 전 병환으로 아들을 떠나보낸 신 할머니(76·가명·사진)는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산다. 눈을 뜨면 뜬 대로 감으면 감은 대로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온 몸 곳곳을 헤집는다.

40년 전 남편도 없이 홀로 키워온 아들은 최근 10년간 고혈압과 당뇨 합병증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견뎌왔다. 결국은 신부전증으로 복막투석을 하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 7월 세상을 떴다.

그런 아들이 신 할머니에게 남기고 간 것은 어린 손녀와 빚뿐이었다. 며느리는 이미 오래 전 집을 나갔고 손녀 딸 다해(15·가명)가 기댈 곳은 이제 할머니 밖에 없다.

할머니는 아들을 잃고 나서 부쩍 인생에 대한 회한을 느낀다.

당신의 기구한 팔자가 자식에게도 되물림 되는 것은 아닌지 자책과 자괴로 매일 밤을 설친다.

아들 역시 결혼 생활에 실패해 이혼으로 이어졌고 손녀 다해는 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만난 여자와 살다 낳은 자식이다. 평생을 배다른 손주들을 키우며 한평생을 보내온 신 할머니는 본인의 인생도, 그리고 남겨진 손주들의 인생도 불쌍하다며 눈물을 훔친다.

그런 상황에서 믿고 의지하던 아들까지 먼저 보내게 되며 신 할머니는 당장 내일이라도 죽고 싶은 마음 뿐이다. 하지만 아직 보살펴야 할 어린 손녀 다해가 걸려 이조차 쉽지 않다고 하소연 한다.

신 할머니는 다해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 정신과 육체가 버텨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갖은 풍파를 겪으며 할머니의 등은 한껏 꼬부라졌지만 다해는 그런 할머니가 세상의 유일하게 기대어 쉴 수 있는 존재다.

할머니는 다른 아이들처럼 좋은 옷도 사주고, 좋은 음식도 먹이면서 학원도 보내고 싶지만 해줄 수 없어 늘 미안하기만 하다.

엄마의 부재 속 아빠의 그늘까지 두 배로 사랑을 줘야 하는 할머니는 오늘도 최선을 다 해 보지만 아들의 장례 이후 반토막 난 수급비는 앞날을 캄캄하게 한다.

할머니 신 씨는 “이제 다른 건 바라는 게 없다. 그저 다해가 상처받지 않고 바르게 잘 성장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라며 “그렇게 키우기 위해선 어디까지나 내가 건강해야 하는데 자꾸만 자신이 없어져 걱정이다”라고 호소한다.

<16일자 3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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