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스플레이는 투명성과 열팽창계수를 가지면서 유연성도 갖춰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만족하는 고분자 소재는 알려진 바 없다.
열팽창계수 차이가 큰 고분자 필름 위에 반도체 소자를 만들면 작동 시 발생하는 열 때문에 팽창·수축 차가 심해지고 소자가 파괴된다.
무정형인 투명한 고분자 물질 열팽창계수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고분자 사슬을 연결해 망상 구조(그물 모양)를 형성하는 게 있다. 다만 망상 구조 고분자 물질은 유연성을 잃어버린다는 한계가 있다.
김 교수 연구팀은 고분자 사슬 간 거리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고분자 물질을 합성할 때 고분자 사슬 간 상호작용하는 힘을 도입하는 한편 힘 방향이 수직으로 교차하게 했다.
사슬 간 거리를 적절히 조절해 온도에 따른 팽창과 수축을 억제했다. 새로운 고성능 고분자 물질인 투명 폴리아마이드이미드 필름은 열팽창 정도가 유리 수준으로 낮다.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내열성도 있다. 연구팀은 필름을 반경 1㎜까지 접어도 소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그간 난제로 여겨졌던 무정형 고분자 열팽창을 화학적 가교결합 없이 조절했다"며 "유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투명하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 만큼 다양한 유기 소재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는 KAIST 화학과·전기 및 전자공학과·나노과학기술대학원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김선달·이병용 연구원이 주도한 연구 논문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지난달 2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