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취재부장

충북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생산과 소비 모두 경기전망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경기전망이 떨어지는 것은 전국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충북의 하락률이 더 높은 것은 우려할 만 하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의 경제당국자들은 그런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실제 충북의 3분기 경제지표는 고용률, 수출, 광공업생산 동향 등이 모두 양호하긴 하다. 적어도 겉으로 본 지표만으로는 충북경제의 위기를 단언하긴 어렵다.

속내들 들여다보면 위기가 느껴진다. 경제 지표를 끌어올린 것은 SK하이닉스와 LG화학 등의 대기업이다. 충북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와 배터리다. 반도체와 배터리는 첨단산업으로 분류된다. 자동차와 같은 전통산업과 달리 전후방효과가 크지 않아 지역 경제계에 그 파급 효과가 제한적이다. 전반적인 경제지표는 양호함에도 지역 중소기업들이 위기를 느끼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대기업이 지역 중소기업들과의 협력 비중을 높여야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기존 전통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늘려야 한다. 이와 함께 반드시 필요한게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과감한 투자다.

충북의 경제 전망이 하락세임에도 지표가 좋은 것은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뜻하기도 하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전통산업에서 벗어나 반도체, 첨단기기, 화장품,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선제적 유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산업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충북의 경제 지표는 전망과 같이 끝없는 바닥으로 추락했을 것이다.

지금의 SK하이닉스를 만든 것은 과감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7년 하이닉스가 공장 증설을 발표하면서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는 사활을 건 유치전쟁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수도권 규제의 영향으로 하이닉스의 청주 투자가 가능했지만 정우택 전 충북도지사와 남상우 전 청주시장의 과감한 지원도 한 몫을 했다. 당시에도 특혜와 ‘관사’를 둘러싼 설화 등 논란이 있었지만 그런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은 없었을 것이다. 지난달 준공된 M15 공장 역시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역시 논란이 벌어졌지만, 이제 M15공장은 2000여명의 직접 고용을 창출하는 효자가 됐다.

이제 충북은 반도체 이후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그 중 하나가 바이오의약 분야다. 의약품 시장은 2021년에 반도체 시장의 3배 규모인 1조 5000억달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청주 오송은 관련기관, 연구기능, 생산기능이 집적된 최고의 입지를 자랑한다. 의약품 시장의 핵심은 신약개발이다. 개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접목시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지만 아직 오송은 4차 산업혁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히 지난주 청주시와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올해말까지 빅데이터센터 구축 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투입되는 예산이 8000만원이다. 사실상 기존 시설에 서버를 증축하는 수준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이미 4차 산업혁명에서 뒤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로는 실망스런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 선도도시를 주창하고 있는 청주시지만 이미 한 발 뒤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한다. 2007년과 20115년 과감한 지원이 있었기에 지금 충북경제가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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