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박정현 충남 부여군수

아는 바대로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청백리 정신을 강조한다. 현대적으로 말하자면 공직자 윤리를 관리의 으뜸으로 삼는 조선시대에 배출된 대표적인 청백리로,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황희, 이항복 등이 있는데 이들은 청빈한 생활태도와 백성을 생각하기를 마치 부모가 어루만지듯 하였다. 오랫동안 우리 조상들의 봉공 정신은 네 가지로 이야기되어 왔다. 사보다 공을 우선하는 멸사봉공(滅私奉公)과 선공후사(先公後私), 국가와 사회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 바른 마음과 정성을 다해 정치에 임하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이 그것이다. 세종 때 예조참판과 대사헌까지 지낸 정갑손은 함경도 관찰사 시절 관직 선출과 관련한 보고서에 제 아들이 적혔다는 이유로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노발대발했을 정도로 우리 조상들의 공정과 청렴의 정신은 남달랐다.

민선 7기 부여군의 첫번째 지방자치의 키워드는 다름 아닌 ‘공정한 부여’다. 목민심서에서 다산은 ‘청렴하지 않고는 결코 목민관이 될 수 없다’고 못을 박을 정도였다. ‘관리의 위엄은 청렴한 데서 나오며, 청렴하기만 하면 능히 대중을 복종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다산의 말은 결코 과거의 지혜가 아니라 시대가 거듭 바뀌어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영원한 진리다. 지금은 전해지지 않지만 중국 송나라 때 착한 행실에 대해 기록한 책이라고 알려진 경행록(景行錄)에도 ‘정치하는 요체는 공정과 청렴이요, 집안을 이루는 도는 검소와 근면’이라고 했으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됨의 첫번째 도리로 공정과 청렴을 꼽는 것은 변치 않는 진실인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공정과 청렴을 부르짖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경제와 문화는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지언정, 우리 사회의 정치 풍토는 여전히 뒷걸음질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 2월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7년도 국가별 부패인식 지수(CPI)에서,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54점으로 세계 180개국 중 51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에서는 29위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굳이 국제기구의 발표가 아니더라도, 우리 곳곳에서 눈으로 듣고 보는 공직자의 흐트러진 정신은 웬만해서는 찌푸려진 눈살이 쉽게 펴지지 않을 정도다.

사실 공정과 청렴이 다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인 만큼, 그 중요성과 절대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저절로 맑고,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도 저절로 흐리는 당연한 이치다. 공정하고 청렴하면 자치는 스스로 이루어진다. 송대의 어린이 교양 입문서인 동몽훈(童蒙訓)에서 조차, 벼슬살이하는 방법으로 청렴, 신중, 근면을 말하면서 이 세 가지를 알면 몸 가질 바를 알게 된다고 했을 정도다. 한 마디로 태어나서 죽을 때가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가르치는 것 모두가 공정과 청렴이라는 것이다.

오늘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 과연 이것은 공정한 것인가, 이것을 이루려 하는 사람으로서 청렴한 것인가 이를 가장 먼저 자문하게 된다. 조금 어리숙할지언정 적어도 부끄러워서는 안 된다. 실패가 있더라도 결코 부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때로 자신의 잘못된 일을 올바로 정정하는 일이 있더라도, 부정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청렴만 하면 대중을 복종시킨다’는 다산의 말이 오늘은 더욱 아프게 가슴 깊은 곳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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