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반영된 직영주유소는 차량 행렬 쉴 새 없이 계속
같은 날 자영주유소는 적막감마저… 업주는 “재고 때문에” 손님은 “오를땐 실시간”

대전 서구의 한 직영주유소(위쪽 사진)는 6일 보통휘발유 가격을 1655원에서 1541원으로 114원, 경유는 1475원에서 1387원으로 88원 내렸다. 같은 날 유류세 인하를 즉시 반영하기 어려운 한 자영주유소는 한산하다 못해 스산하기까지 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진=이인희 기자
“평소보다 주유 차량이 많이 몰리면서 오전 한때는 주유 대기 차량이 길가를 점령할 정도였어요.”

6일 오전 10시 대전 서구의 한 직영주유소에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출퇴근 차량이 이용하는 대로변에 위치한 탓에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한가한 모습이지만 이날은 출근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주유 차량이 쉴 새 없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휘발유를 ℓ당 1541원에 판매하는 이 주유소는 5명의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주유소 입구로 들어오는 차량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 주유소의 근무자 최모(44·여) 씨는 “보통 출근시간대에만 주유 차량이 들어오지만 오늘은 이른 새벽부터 차량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며 “일부 운전자는 직영주유소가 맞는지를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0시를 기준으로 휘발유·경유에 붙는 유류세를 15% 인하했다. 이 주유소는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해 보통휘발유 가격을 1655원에서 1541원으로 114원, 경유는 1475원에서 1387원으로 88원 내렸다. 대전지역에서 휘발유 판매가격이 1500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1501원을 기록한 이후 1년여 만이다. 이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 이모(49) 씨는 “직영주유소만 우선적으로 가격이 내려간다는 말에 최대한 주유를 미루다 들렀다”며 “2주 전보다 100원 이상이 저렴해지니 한결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 시작 첫날부터 가격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이 주유소가 정유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주유소이기 때문이다. 앞서 정유 4사는 유류세 인하 효과를 즉시 반영하기 위해 직영주유소의 유류 가격을 6일 0시부터 인하 조치했다. 일부 알뜰주유소의 경우에는 세금 인하분보다 가격을 더 내린 곳도 있었다. 서구의 한 알뜰주유소는 이날 오전 8시 17분을 기준으로 휘발유 가격을 1499원, 경유는 1369원으로 낮췄다.

반면 유류세 인하를 즉시 반영하기 어려운 자영주유소는 한산하다 못해 스산하기까지 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직영주유소와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한 자영 주유소에는 간혹 입구로 들어서려던 주유 차량들이 황급히 핸들을 돌리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ℓ당 1644원으로 직영주유소보다 100원 이상 비싸 운전자들의 발길이 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주유소 운영자인 김모(50) 씨는 “자영 주유소다보니 유류세 인하 시행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공급받은 재고를 먼저 처리해야 하지만 비싼 가격에 제때 팔지 못하다보니 가격이 낮아진 제품도 제때 공급받기 어려울 것 같다”며 “유류세 인하 소식만 듣고 주유소를 찾았다가 예상보다 비싼 가격에 비난을 하는 손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운전자들은 같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천차만별의 가격 차이를 보이는 것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기도 한다. 자영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 김모(37) 씨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유류세 인하가 반영된 기름을 공급받고도 주유소가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유류세가 인하되거나 국제유가가 떨어질 땐 주유소가 가격을 천천히 내리지만 국제유가가 오를 땐 실시간으로 이를 반영해 가격을 올리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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