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장

유럽형 사회복지 모델의 기본원리 중의 하나인 '보조성의 원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 그리고 민간사회복지법인과 공공기관과의 관계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보조성의 원리란 '상위의 집단은 하위의 집단을 종속하는 것이 아니라, 하위의 집단이 자발적으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보조성의 원리가 지켜질 때, 각 지자체의 상황을 고려한 사회복지정책과 서비스가 실행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보조성의 원리 하에 민간사회복지기관·단체들이 자신들이 지닌 현장에서의 강점들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보조성의 원리를 기본으로 하여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들의 '자기 결정권'의 개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구조에서는 이러한 보조성의 원리가 참으로 멀게 느껴진다. 민간사회복지법인들의 고유성이 존중되기보다는 중앙의 매뉴얼에 따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 사회복지시설들의 중요한 과업이 되었으며, 지자체 역시 지역적 특성에 맞는 복지정책을 실현하기에는 너무나 큰 재정적인 부담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5년 사회복지 지방이양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제기되었던 지자체의 재정적 부담은 이미 현실화했고, 이로 인해 지자체별로 사회복지 현장에 지원되는 보조금 또한 차이를 보인다. 지역에 따라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임금 또한 차이를 보이며, 매년 연말이 되면 이들의 임금상승과 호봉상승분에 따른 인건비 상승분에 대한 해결을 찾지 못하는 기초단체들도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와 지역 내의 사회복지시설의 시설 수나 규모에 따라 이러한 지역적 편차는 충분히 예상됐다. 하지만 이런 지역적 차이에 대한 광역단체나 중앙정부의 보조적 제도가 부족하다 보니, 사회복지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종사자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날로 커져만 간다.

2019년부터 충북도의 경우 장애인시설,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장애인주간보호시설, 아동복지분야와 재가노인서비스 분야에 매칭형식으로 지급되었던 보조금을 중단한다는 소식은 보조성의 원리에서 한발 더 멀어지는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현실을 느끼게끔 해 주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경로당 지키미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경로당의 임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형식의 새로운 사업을 신설하여, 충북 내의 기초단체들에게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안기는 모습을 보면서, 하위 집단의 상황을 먼저 고려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보조성의 원리'가 가미된 사회복지는 더욱더 멀게만 느껴진다.

사회복지는 소수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탁상공론으로 실행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삶의 현장의 모습을 보고, 그들이 처한 어려움과 이 어려움이 야기된 사회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래로부터의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오늘도 땀을 흘리고 있는 현장의 종사자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고, 이들의 노고가 퇴색되지 않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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