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석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장

세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는 유명한 대화가 있다. 샤일록과 안토니오의 이자에 관한 대화 내용이다. 유대인 대부업자 샤일록은 돈을 빌려주면 당연히 이자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베네치아 무역상 안토니오는 친구끼리 누가 이자를 받는 예가 있는가라고 말한다. 그는 이자는 원수에게 돈을 꿔줄 때나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안토니오가 그의 친구 바사니오를 위해 돈을 빌리러 오자 샤일록은 그의 '살 한 파운드'를 위약금으로 받기로 하고 돈을 꿔 주었다. 시간이 지나 안토니오는 무역선의 사고로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다다르자 샤일록은 단도를 집어 들고 샤일록의 살 한 점을 도려내려는 순간 재판관이 제지를 한다. 돈을 빌려줄 당시 계약서에 '살 한파운드'라고 명시하였으니 살은 도려내되 피는 한 방울도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명판결을 한 것이다.

샤일록은 '방카'라는 테이블을 놓고 요즘 말하는 전당포를 운영했는데 여기서 '의자나 계산대'를 의미하는 이탈리어의 방카(Banca)에서 현재의 은행 'Bank'가 파생되었다. 전통적으로 은행업의 기본업무는 금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는 사업이다. 은행에 예치를 하는 사람은 여웃돈을 가지고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반면 급전이 필요한 사람은 절박한 심정으로 은행을 찾을 것이다. 여기서 경제학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선은 기울기가 더하여 빌린 돈에 대한 이자는 더 높아질 것은 뻔하다.

금융기관은 일반적으로 고객에게 유치한 돈을 일정액 만큼 불려줄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채무자에게 빌려줄 때 기한에 이르러 돌려받지 못할 위험(RISK)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충당금을 설정해야 하며 채무자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에 대한 금리를 차등적으로 산출한다. 따라서 담보가 충실한 경우나 신용도가 높은 채무자에게는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고위험군이나 저신용자 등에게는 높은 금리를 부과한다.

결국 고소득자나 고신용자들은 더욱 금융혜택이 주어지고 소득과 신용이 낮은 사람들은 제도 금융에서 소외되어 빈익빈 상황은 더욱 가속화된다. 금융소외 계층들은 사금융이나 고리대금업 등을 이용할 수 밖에 없고 고금리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악순환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 몇 해 전부터 이러한 금융 최약계층에 대해 자립을 도와주고 제도금융으로 나오게 하는 여러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그동안 시행된 제도로 개인회생, 신용회복제도, 햇살론, 디딤돌론, 사잇돌중금리대출과 원금 및 이자를 감면하는 채무조정제도 등 무수히 많다. 금융취약계층에게 새로운 회생의 기회를 제공하여 사회적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우리 사회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따뜻한 금융제도라 할 수 있다.

현 정부들어 금융혁신 4대 전략 중에서도 특히 금융약자에 대한 포용적금융(Financial Inclusion)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기관도 양극화가 심화되는 경제상황에서 경제적 대응능력이 부족한 소외계층에게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연체금리를 인하하는 등 금융부담을 완화 해 주는 것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일일 것이다 포용금융 정책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또한 이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부여하는 금융복지 차원으로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농협에서도 최근 서민금융부담 완화를 위하여 햇살론과 사잇돌, 새희망홀씨 등의 지원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이 금융기관만 배를 불린다면 과거 금융기관들이 IMF 위기상황에서 국민혈세를 지원받아 오늘날의 위치에 온 사실을 망각하는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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