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빛났던 아산무궁화축구단(이하 아산)이 아이러니하게도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아산은 올시즌 K리그2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 짓고 1부 승격 자격을 획득했다. 4일 홈경기에서는 FC안양을 2-1로 꺾고 성대한 우승 축하파티도 벌였다. 하지만 시즌 내내 피·땀 흘리며 승리를 쌓은 선수단도 경기장을 찾은 4200여명의 시민들도 웃을 수 없었다.

경찰청은 9월 중순 아산 구단에 '내년 선수선발 계획이 없음'을 통보했다. 한 마디로 팀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아산 구단으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얘기 같았겠지만 무조건 피해자라고 볼 수도 없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5월 '2023년 의무경찰 완전 폐지'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경찰청 통보 후 구단의 하소연처럼 경찰청이 3자(경찰청-아산시-한국프로축구연맹) 협의의 원칙을 어겼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이미 정부 정책 방향이 공표된 상황에서 아무 대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직무유기고 혹시 몰랐다면 더 큰 문제다.

경찰청의 태도도 아쉬움은 크다. 아산은 단지 경찰청 조직이 아니라 시민들이 응원하고 유소년 선수들의 꿈이 담긴 곳이기 때문이다. 정책 방향이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서둘러야 했나 하는 것은 의문이다. 월드컵의 영웅 황인범과 주세종을 배출하고, 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해에 굳이 폐지를 공식화해야 했냐는 것이다. 또 경찰청은 단지 명령에 따라 없애기만 한다는 식의 태도 역시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5일 제6차 이사회를 열고 아산 문제를 논의했지만 별다른 묘수는 없었다. 이사회는 '19일까지 경찰청이 아산 의경 신분 선수의 충원을 지속하기로 결정할 경우에 한해 승격 자격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아산 구단은 "연맹 방침에 따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경찰청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팀은 사라진다는 얘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산시민의 마음이다. 그들은 '우리 팀'을 응원하며 목소리를 높였고 지갑을 열었다. 또 유소년 팀 학부모들은 금쪽같은 자식들과 함께 꿈을 키웠다. 그래, 축구팀은 없앨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시민들을 위로하고 설득할 방법부터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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