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등 사회전반 비일비재
대책·체계적 제도개선 필요

#1. "여자는 출산과 육아 휴직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으니 채용 전 조정을 통해서 탈락시켜야 한다."

도내 한 공기업 면접전형 결과표에 합격이 확실시되는 여성지원자 이름 옆에는 X표시가, 예비 합격권에도 들지 못한 남성지원자 이름에는 O표시가 돼 있었다. 다수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면접순위 2위였던 여성경력지원자는 8위로 변경돼 탈락됐다. 반면, 관련 자격증이 없고 면접순위 5위인 남성 경력자는 갑자기 3위로 바뀌면서 채용에 합격했다.

직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여성 응시자를 불합격시키려고 면접 점수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기동(61)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박 전 사장은 면접전형 결과표에 나온 점수와 순위를 조작하라고 인사담당자들에게 지시했다. 이로 인해 응시자 31명의 면접 점수가 조작돼 결과적으로 불합격 대상 13명이 합격하고, 합격 순위에 들었던 여성 응시자 7명이 불합격했다.

#2. 공군 대령 출신인 A(57) 전 한국교통대학교 교수는 인문계 남학생 위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등 공군 조종장학생 선발률을 높이기 위해 부당한 차별을 서슴치 않았다. 서류와 면접 점수가 조작돼 영문도 모른 채 입학이 좌절된 피해 학생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무려 61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여성 지원자 41명 중 단 한 명만이 서류평가를 통과했고, 그마저도 면접에서 A 씨가 '여학생은 잘 안 뽑는다' 등의 성차별적 발언을 하고 과락 점수를 줘 최종 탈락했다. A 씨는 이런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구속기소됐고 지난달 1심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 받았다.

여성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사회 첫 발을 내딛는 자리 혹은 직장 내에서 차별을 받는 일이 여전히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사회진출에 차별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대책과 체계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정미 충북여성재단 연구위원은 “최근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와 대형 금융기관에서 채용 차별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어느날 갑자기 발생한 문제가 아닌 사회전반에 오래전 부터 자리잡고 있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 육아 등의 문제로 사회진출에 배제되고 있는 입장”이라며 “공공기관 부문에서는 정부차원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사기업 영역에서는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회적 약자인 취준생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 조차 어려운 상황이기에 정부와 각 관계당국은 관련 후속대책을 마련하고 사회전반적으로 체계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진재석 기자 luck@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