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권혁필 대전테크노파크 사업화지원팀장(경영학박사)

대전테크노파크는 지역 중소벤처기업의 해외 판로개척을 위한 해외마케팅 지원사업을 매년 3~4차례 수행해 왔다. 그 결과 해외 판로개척 지원사업을 시작한 2008년 이후 지원기업의 수출실적은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한국 상품의 질적인 우수성이 아시아권내에서의 한류문화의 확산과 상호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지난 10년간 지역기업의 해외시장 개척과 수출물량 증대는 순풍에 돛을 단 형국이었다.

그러나 옛 말씀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대전테크노파크가 지원하는 수출기업들의 해외수출실적이 2015년 정점을 찍은 이후 점차 증가율이 감소하거나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와 수출협회 등에서 발표하는 국가 수출증가율도 2015년 이후 점차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역의 주요 수출기업 대표들과 외국의 현지 분위기에 대한 다양한 대화를 나눈 결과 몇 가지 느낀 점이 있어서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로, 분명 한국제품의 기술력과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가성비 또한 아시아권내에서 최고로 선호되고 있으나,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후발주자 국가들의 한국 제품 베끼기가 지난 10년간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엄청난 기술개발 노력과 시행착오 기간이 생략된 채 한국의 기업과 제품을 모델로 삼고 뒤따라 온 아시아 국가들의 생산능력이 매우 많이 향상된 가운데 한국 노동자의 절반 수준의 임금으로 생산되는 제품과 현지에서 경쟁해야 하는 한국 수출기업들이 현실적인 어려움에 봉착한 것으로 풀이된다.

둘째로, 아시아권 국가들이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제품생산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더 이상 한국에서 생산된 완성품을 온전히 수입하여 유통하는 '바이어'는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설령 수출기업이 남아 있는 '바이어'와 접촉해도 국내 동종 기업간 또는 해외 다수의 거래처간 치열한 가격경쟁을 촉발시켜서 결국 제품생산기업(수출기업)에 남는 마진(margin)이 거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이러한 해외시장의 위기상황을 지역의 중소벤처기업은 어떻게 타개해 나갈 수 있을까? 필자의 견해로는 지금이야 말로 우리가 해외마케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판로개척의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첫째,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기업의 국내·외 판로개척은 바로 ‘전략적 파트너’를 찾아 완전한 제품 차별화를 이루는 데에서 시작해야 된다고 본다. 이제는 더 이상 '바이어'를 찾기 보다는 '능력있고 신뢰할 만한 전략적 파트너'를 찾는 것이 기업성장의 핵심이 될 것이다.

둘째, 이에 따른 대전테크노파크 등 지역의 중소벤처기업의 수출지원정책과 각종 판로개척 사업 또한 ‘전문 분야별 국제 기업 B2B 교류회’ 등 해외 네트워크망 확충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는 전 세계가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어 상호 긴밀한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다양한 장(場)을 마련하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의 역할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최소한도 제품생산 능력에서 선진국인 것은 확실하다. 아시아권 다른 국가들도 지난 10년간 매우 빠르게 우리 뒤를 따라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 우리 중소벤처기업이 크게 성장하기 위해는 단순한 ‘바이어 찾기’ 보다는 ‘전략적 파트너쉽을 형성할 좋은 친구’를 찾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지역 기업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