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연기·먼지에 반응하기도, 영화관 등 안전 불감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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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전의 한 영화관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렸다. 불안한 경보음에 일부 관람객은 멈칫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나 대다수는 재빨리 대피하지 않고 미적대거나 우왕좌왕만 했다. 영화관 직원은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했는지, 신속한 대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일부 수십 명의 관람객만 대피했다.

그러나 5분여 뒤 실제 화재가 아닌 경보기 오작동으로 확인돼 대피한 관객들은 다시 영화관으로 들어와 영화 관람했다. 화재경보 오작동으로 인한 ‘해프닝’에 그쳤지만, 실제 불이 났다면 위험할 수 있는 광경이었다. 관리 소홀로 인한 잦은 오작동으로, 화재경보기가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하고 있다. 오작동으로 인한 안전 불감증은 정작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생명 알람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키우고 있다. 4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3~2017년) 화재감지기 오작동으로 인한 대전 지역 출동 건수는 총 305건이다.

최근 화재경보기가 오작동을 일으켜 혼란을 빚었던 영화관의 경우에는 올해만 9건의 오작동이 발생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화재경보기는 열, 연기, 불꽃감지기로 나뉜다. 열 감지기는 주로 아파트나 사무실 등에 설치하고, 연기 감지기는 건물 복도나 계단에, 불꽃 감지기는 공장 등 위험물 제조시설에 사용한다. 감지기가 화재를 인지하면 수신기로 신호를 보내고 경보기가 울린다.

화재경보기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담배 연기, 모기향, 스프레이,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 빗물, 동물 배설물, 먼지 등에 감지기가 반응하기도 한다. 오작동을 막기 위해서는 평소 자주 점검하는 수밖에 없다고 소방청은 설명한다. 문제는 관리부실로 인한 화재경보기의 잦은 오작동로 인해 시민들은 화재경보기가 울려도 허투루 여기기 일쑤라는 점이다. 최근 영화관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대피한 이모(33) 씨는 “화재경보기가 울렸지만 대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관람객이 대다수였다”고 전했다.

대전의 한 상인은 “화재경보기가 울린다고 손님들을 다 밖으로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20년 가까이 장사하면서 수백 번 경보기가 울렸지만, 실제 불이 난 적은 없다”며 화재경보기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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