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주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 축사에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세요! 성공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아직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면 계속 찾아야 합니다. 안주하지 마세요”라는 말로 많은 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오프라 윈프리도, 워렌 버핏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과연 그럴까? 혹시 처음과 중간을 생략해버린 성공한 사람의 결과론적 이야기는 아닐까.

스탠퍼드대의 캐롤 드웩 교수와 그레고리 월튼 교수는 최근 '열정을 발견할 것인가? 발전시킬 것인가?' 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열정을 따르라'는 조언은 '성공이 아닌 실패의 어머니'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연구팀은 470명을 특징에 따라 A그룹은 과학과 수학에 열정이 있는 사람, B그룹은 인문학과 예술에 열정이 있는 사람으로 나누고 각 그룹이 관심 있을 주제와 관심 없을 주제의 기사와 영상을 번갈아 보여주고 반응을 관찰했다. 이 결과 한쪽 분야에 깊은 열정을 가진 사람일수록 다른 분야의 콘텐트를 끝까지 읽거나 시청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열정을 따르라'는 조언이 다음과 같은 인식 메커니즘을 만들며 우리를 실패로 이끌수 있다며 두가지를 주장했다.

우선 성공의 문이 넓다고 착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너의 열정을 따라가라'는 조언은 마치 열정 하나로 부딪히면 다 되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면서 오히려 작은 어려움이 닥치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 두 번째는 잠재력을 놓치게 한다. 시야를 좁게 만들어 딱 그 분야가 아니면 다른 분야는 경시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연구팀은 인생을 '하나의 열정을 따를 기회'로 단정 짓지 말고 '여러 열정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연속된 기회'로 보라고 조언한다. 한마디로 열정을 따르면 성공이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실력을 쌓으면 열정은 따라온다는 것이다. 거꾸로 뒤집어 버린 것이다.

NBA 구단주이자 유명 투자오디션 '샤크탱크'의 투자자인 마크 큐반 역시 이렇게 역설했다. "인생의 가장 큰 거짓말 가운데 하나가 '네 안의 열정을 따르라'이다. 어릴때 나는 야구선수가 되겠단 열정을 품었었다. 하지만 곧 내 최대 구속이 70마일/h임을 깨달았다. 당신이 시간을 쏟고 노력을 쏟는 것이야말로 당신이 잘 하는 것이 되는 법이다. 내가 작은 비밀 하나를 알려주겠다. 세상의 그 누구도 자기가 잘 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다. 왜냐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재미난 일이기 때문이다." 라고 마크 큐반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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