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가 각종 행사나 축제에서 과도한 의전을 없애기로 한 건 바람직한 방향이다. 지자체 주관 행사를 가보면 행사 본래 내용보다는 의전과 같은 형식에 치우치는 경향이 농후하다. 행사 주최 자치단체장을 비롯해 정치인, 지역 유력인사 등이 줄줄이 축사를 하는 통에 참석자들은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 축사나 인사말을 하는 당사자들은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행사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시간만 축내는 의전이야말로 이제 사라질 때가 됐다.

청주시가 어제 내놓은 의전 간소화 방안에서 형식이 아닌 내실에 기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축사나 환영사를 생략하기로 한 것만 봐도 그렇다. 기공식, 준공식, 개관식 등은 아예 없애기로 했다. 내빈 소개도 사라진다. 시장과 시의회 의장 등 내빈 좌석을 중간에 배치하고, 노인과 장애인, 어린이 좌석을 앞쪽에 배치키로 한 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다. 이렇게만 한다면 시민들이 거부감 없이 편하게 행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의전 간소화는 권위주의 탈피의 시발점이다. 행사보다 의전을 잘해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축사 순서를 잘못 정하거나 내빈 소개를 빠뜨렸다간 담당자가 보통 곤혹을 치르는 게 아니다. 사실 표를 먹고사는 선출직들에 있어 얼굴 알리기만큼 중요한 일도 드물 것이다. 행사참석을 선거운동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래서 기를 쓰고라도 행사장에 찾아가려 한다. 이런 까닭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받을 수 있는 의전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다는 건 큰 결단이 아닐 수 없다.

여러 지자체가 의전 간소화 방안을 내놨지만 시행 과정에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과도한 행사는 예산 낭비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공무원 업무과중의 원인으로 꼽힌다. 관례적인 의전을 언제까지 이어가야 하나. 단체장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의전 간소화는 정착되기 어렵다. 청주시가 의전 간소화의 모델 지자체로 설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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