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2016 리우올림픽에서 펜싱 역사 140년 동안 없었던 5점차 대역전극을 펼친 펜싱 에페 박상영 선수. 박 선수는 진주제일중 시절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선배들의 장비를 물려 쓰다 보니 훈련의 능률을 올리지 못해 대회에 나가도 번번이 입상에 실패해야만 했다. 한참 목마름을 느끼던 시절인 2013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이리더로 선발돼 장학금을 받게 됐고, 처음으로 개인 도복과 새 장비를 갖고 훈련의 능률을 높일 수 있었기에 21살의 나이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박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이 탄생했다.

이렇듯 박 선수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많은 후원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후원자 중에는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받으면서도 버스비와 식비를 아껴 매달 6개 기관에 기부하는 것이 삶의 보람으로 사는 후원자,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주는 착한 일을 해야만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굳은 신념으로 행상을 하며 아이를 돕는 후원자, 사는 동안 더 베풀어야 떳떳하게 웃으면서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팔순의 후원자, 죽음의 문턱에서 남편이 오뚝이처럼 일어나서 감사함으로 기분 좋게 살고 있다는 후원자, 도와줄 곳이 많다며 10개 기관에 기부하는 공무원 후원자, 도움을 받았던 아이가 대학생이 돼 당당하게 나눔에 참여하는 후원자, 군대에서 선임이 후원하는 것을 보고 담배를 끊고 후원을 시작한 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는 후원자 등 나눔을 실천하게 된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최근엔 기부형태도 다양해졌다.

태아의 이름으로 후원하는 태명기부, 아이 첫돌이나 자신의 생일, 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 후원하는 기념일 기부, 공익페이지를 통해 후원하는 포털사이트 기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모금하는 크라우드 펀딩 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제 후원자들은 쉽고 재미있게 기부하는 방법을 스스로 선택하며 기부의 즐거움에 동참하고 있다.

부모의 빈곤은 아이들 성장에 필요한 영양섭취를 어렵게 하여 아이들의 발육부진이 되고, 자녀에게 애정과 관심을 표현할 기회가 적다보니 우울, 충동성, 행동문제 등을 많이 경험하고, 학업에 필요한 교육 자료들을 제공받지 못함으로 학습부진 등의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며칠 전 만난 한 아이의 어머니는 얼마 못산다고 했던 아이가 이제 조금씩 말도 하고, 보조기를 착용하고 걷기도 한다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이만큼 키웠다며 아이의 성장을 웃으며 자랑하셨고, 또 후원을 받고 있던 학생이 찾아와 기업의 4년 장학생이 돼 자신이 받던 후원을 더 어려운 아이에게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했다. 자신도 고교 시절 갑자기 형편이 어려워져서 앞이 캄캄하고 우울감에 빠져 있을 때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용기를 얻어 다시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빈곤한 삶은 겉으로 보여 지는 것보다 더 많이 아이들의 심신을 병들게 하지만 기부나 봉사와 같은 후원자들의 작은 관심과 지지는 주눅이 들어있던 아이에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때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건강한 성인을 만들기도 한다.

어느 후원자께서 “내 통장에서 돈이 나가니까 내가 주는 것 같지만 실제는 내가 더 받고 있다. 어른들의 욕심과 싸움으로 가장 큰 상처를 받는 건 어린이들이고, 어른은 어린이를 위해 손 내밀 줄 알아야 한다. 함께 꾸는 꿈은 가난보다 힘이 세다”라고 하신 말처럼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쁘게 나눌 줄 안다면 그 나눔의 손길은 어딘가에 있는 제2의 박상영 선수 같은 아이들의 간절한 꿈을 키워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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