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22 빨리 온 겨울 - 1편
엄마 집 나가고, 아빠는 하늘로
다해, 이복오빠·할머니와 생활
갖고 싶은 롱패딩은 사치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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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조건 없는 사랑을 내포하는 단어.

그런 ‘엄마’ 뱃속에서의 열 달 이후 세상 빛을 본 다해(15·가명)에게 밖은 몹시도 추웠다.

다해가 돌이 막 지났을 무렵 엄마는 집을 나가버렸다. 다해 아빠는 엄마를 만나기 전 이미 결혼 경험이 있었으며 남매를 두고 이혼을 했다. 이후 몇 년 뒤 만난 다해의 엄마와는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채 살며 다해를 낳았다.

그렇게 엄마 얼굴도 모른 채 다해는 아빠와 9살 터울의 배다른 오빠 그리고 친할머니와 살게 됐고 다해에게 겨울은 남들보다 조금 일찍 찾아왔다.

그런 다해에게 할머니는 엄마 그 이상의 존재였으며 가장 믿고 의지하는 버팀목이다. 팔순을 바라보는 노모는 그런 다해가 가엽기만 하다.

세달 전 다해의 아빠이자 할머니 신 씨의 유일한 자식인 아빠 정(가명) 씨마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자 근심은 더욱 커졌다. 정 씨는 10여년 간 당뇨와 고혈압으로 고생, 신장투석까지 받으며 결국은 유독 더운 올 여름 가족들과 작별했다.

아빠마저 다해 곁을 떠나게 되며 할머니는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다해의 보호자가 됐다. 폐지를 팔아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지만 이마저도 할머니의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지며 어렵게 됐다.

엄마의 부재 속 자라온 다해 역시 아빠의 그늘이 더욱 춥게 느껴진다.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중2 사춘기까지 겹치며 혹시나 탈선하면 어쩌나 하는 할머니는 오늘도 마음을 졸인다.

이런 할머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해는 요즘 유행하는 롱패딩을 사달라며 떼를 쓴다. 할머니는 있는 돈 없는 돈 끌어 모아 혹여 다해가 겨울을 춥게 보낼까, 친구들 사이에서 기가 죽지는 않을까 옷가게를 갔지만 값비싼 가격에 놀라며 발걸음을 되돌린다.

최근 아들이 사망하고 기초수급보장비도 반토막이 나며 50여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하는 상황. 할머니의 겨울은 남들보다 일찍 찾아온 듯하다.

할머니 신 씨는 “내가 건강해야 저거 성인될 때까지는 보살필 텐데… 이제 지아빠도 세상에 없고 내가 세상에 남은 유일한 보호자니 걱정이 크다”며 “다해의 마음이 다쳤을까봐 그게 무엇보다 제일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아프다”고 눈물을 훔쳤다. <9일자 2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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