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봉 충북NGO센터장

지난달 13일 충북NGO센터와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옛 청주역사 앞 광장과 청주시 청소년 광장에서 제4회 충북NGO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충북지역 39개 NGO와 사회적기업이 시민들에게 다양한 공익활동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번에도 큰 고민은 다른 축제와 차별성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였다.

그래서 마련된 프로그램이 직접민주주의 체험행사인 광장 타운미팅이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자유롭게 찬성과 반대 의견을 말하고, 색지를 들어 자기의사를 표시하는 방식이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이뤄졌던 모든 시민이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광장민회를 재현하는 행사였다. 이야기 주제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과 학생 두발 자유화였다. 다양한 참여자들에게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광장은 말 그대로 너른 마당이다. 하지만 넓은 공간만 있다고 해서 광장인 것은 아니다. 사람의 숨결이 함께 해야 한다. 사람이 없는 곳은 폐허다. 일상적으로 광장에선 사람들이 오고가며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휴식을 즐기기도 한다. 때가 되면 축제의 장으로 화려하게 변신하고, 술렁대는 놀이마당이 돼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다. 광장은 역사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자기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시하는 민주주의 장이 되기도 했고, 부패한 정부와 독재를 반대하는 구호가 외쳐지기도 했다.

고대 로마의 광장을 일컫는 포룸이 공개 토론회를 의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모여서 상호교류를 꾀하는 곳이 광장이다. 대다수 유럽의 도시는 광장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사람들은 이국적인 자연 풍경도 인상 깊지만, 작은 동네 가운데 자리 잡은 광장도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한다. 순례길을 걷다 도착한 고지대 자그마한 시골마을도 예외 없이 마을 한가운데 광장이 있었다고 한다.

나의 기억 속에는 몇 개의 광장 풍경이 저장돼 있다. 어릴적 TV에서 봤던 박정희 대통령 때 군사퍼레이드가 펼쳐진 5·16광장(지금은 여의도공원), 80년 민주화의 봄 당시 대학생들이 꽉 들어찬 서울역 광장, 민주화를 외치던 광주시민들이 모였던 전남도청 앞 광장, 2002년 월드컵 대표팀을 응원하던 붉은 물결로 뒤덮인 서울광장, 실제 현장에서 보았던 2년 전 촛불의 거대한 파도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던 광화문광장의 풍경. 사람들로 가득찬 광장의 모습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느껴진다.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 주변에서 광장을 찾아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도시의 빈 터는 도로와 상가가 먼저 자리 잡기 바쁘고 그나마 남아 있는 공터는 자동차를 위한 주차장이 돼 있다. 빡빡하게 들어선 건물 사이로 숨 쉴 공간을 만들어 낼 여유가 없다.

요즘 이곳저곳 도시재생의 이름으로 구도심을 새롭게 손 보고 있다. 이제는 무얼 더 지으려고 하지 말고 비워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민들이 여유롭게 찾아와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광장이 필요하다. 소비를 위한 목적으로 스쳐지나가는 동네가 아니라 찾아와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어린아이들이 뛰어놀고 청년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광장, 정의와 민주주의가 넘쳐나는 광장을 더 많이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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