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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호 대전본사 편집부장


두 달도 안 남았다. 무술년(2018년)도, 필자의 30대도.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여론조사나 언론 보도에서 20·30으로 세대를 분류하는 것만 봐도 화가 난다. 30대 아니 '통용되는 젊음'의 끝이 어느 새벽 물안개처럼, 등 뒤의 유령들처럼 시나브로 다가오면서 문득 내 지난 시간을 대변할 수 있는 '브금(BGM·배경음악)'은 뭐였나 하는 ‘이상한 주제’가 떠올랐다.

필자가 생각하는 10대의 BGM은 故 신해철의 '길 위에서'와 그룹 넥스트의 '더 드리머(The Dreamer)'였다. "차가워지는 겨울바람 사이로, 난 거리에 서 있었네. 크고 작은 길들이 만나는 곳 나의 길도 있으리라 여겼지", "언젠가 지쳐 쓰러질 것을 알아도 꿈은 또 날아가네, 절망의 껍질을 깨고." 그래 그 시절 필자는 불확실한 미래에 걱정하기도 했지만, 그 걱정보다 더 큰 꿈이 있었다.

20대의 BGM은 해철님의 명곡 '민물장어의 꿈'과 프랑크 시나트라가 부른 'My Way(마이웨이)'였다. 이 두 곡은 라디오 헤드(RadioHead)의 'Creep(크립)'과 함께 군복무 시절 필자의 관물대에 적어놓았던 것들이다.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I did it my way(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내 방식대로 했다는 것이야)" 필자의 20대는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부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나만의 것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이 공존하는 시기였다. 그래,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다.

그럼 두 달도 안 되는 시한부가 선고된 30대의 음악은 뭘까. 초반에는 윤종신의 '너의 결혼식'도 있었고, 중반쯤에는 김윤아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도 있었다. 진짜 오긴 올까 의심했던 40대를 눈앞에 둔 지금은 故 신해철의 정글스토리 앨범에 수록된 '절망에 관하여'다. 혹시나 현재 필자의 삶이 굉장히 절망적이구나 하는 '괜한 걱정'은 거둬주시길 바란다. "눈물 흘리며 몸부림치며 어쨌든 사는 날까지 살고 싶어. 그러다 보면 늙고 병들어 쓰러질 날이 오겠지 하지만 그냥 가보는 거야, 그냥 가보는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삶이란 참 알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냥 가보는 것이다. 혹시 또 모른다. 무언가 굉장히 행복한 일이 기다릴 지도….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또 한 명의 뮤지션인 김광석은 어느 소극장 공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10대는 '거울'과 같다. 자꾸 비춰보고, 흉내 내고. 20대는 '유리'처럼 지낸다. 자극이 오면 튕겨내던가 깨지던가…" 그럼 30대는 어떤 것으로 상징될까. 스스로 찾은 답은 '백미러(back mirror)’다. 자꾸 뒤돌아본다. 그리워서인지, 아쉬워서인지 혹은 두려워서인지….

2018년의 남은 두 달은 매우 중요하다. 그 의미를 뒤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후회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숙제다. 필자뿐 아니라 모두가 그러하길 바란다. 아직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것을 되짚어보기에는 늦었을 수도 있다.

필자는 바란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18년이 의미 있어 지길. 선거에서 이긴 자는 승리가 아닌 '약속'으로, 국감에 끌려간 전설은 굴욕이 아닌 '반성'으로, 독자 분들은 기억이 아닌 '추억'으로….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다 해도 충분히 바꿀 수 있다. 두 경기를 지고도 마지막 한 경기를 이겨 '팔자를 바꾼' 월드컵 영웅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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