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2]
아이들 천국이 아닌 비리 천국

 

 

 

▲ 연합뉴스 일러스트.

 

☞서른이지만 일곱 살 시절을 기억한다. 나는 동네 유치원에 다녔다. 부모님은 가까워서 보냈지만, 우리 유치원은 꽤 유명했다. 수영장도 있었고, 영어도 배웠다. 그때 배웠던 속담은 아직도 기억한다. 지금 보면, 그게 '조기교육'이었다. 물론 그때는 마냥 즐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이 든다. 때 탄 물음도 던진다. '그 정도 유치원이면 얼마나 비쌌을까'다. 엄마 말론, 그곳은 '치맛바람' 강풍 지역이었다. 멀리서도 그 유치원을 찾아왔다. '내 아이를 위해서'였다. 더 좋은 환경에서 배우길 바라는 마음.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다들 ‘맹모’ 같았으리라.

☞엄마들 억장이 무너졌다. 사립유치원 비리 때문이다. 국감에서 터졌다.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서 시작됐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5년(2013~2017년) 감사 결과다. 1878곳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289억원을 부당 사용했다. 이는 기관 운영 전반에 관한 것이다. 추가로 공개된 지도점검 자료도 충격적이다. 5351곳에서 9214건이 적발됐다. 적발금액은 65억8037만원이다. 이는 지원금·보조금 부정수급, 유치원 인가사항 준수 여부 등에 관한 것이다.

☞혈세도 안전할 순 없었다. 정부는 사립유치원 4220곳에 매년 2조 원을 지원하고 있다. 한 곳당 연평균 4억7000만원 꼴이다. 그러나 어디에 쓰이는지는 모른다. 회계 감시 시스템이 전무한 탓이다. 거의 주먹구구식이다. 그래서 막 쓰였다. 어떤 원장은 명품 가방을 샀다. 또 어떤 원장은 성인용품도 샀다. 심지어 종교시설에 헌금하고, 아파트 관리비까지 냈다. 자유롭게 펑펑 쓴 셈이다.

☞교육청들은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했다. 충청권도 300여 곳(사립 기준)에 달한다. 정부는 비리 척결을 선포했다. '공공성 강화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국·공립 취원율을 올리고, 국가 관리 회계 시스템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이에 한국유치원 총연합회는 '사형선고'라며 반발하고 있다. 폐원·원아모집 보류를 하는 곳도 많다. 엄마들은 이래나 저래나 속이 탄다. 믿을 곳도 없고, 보낼 곳도 없어졌다. 워킹맘들은 유치원이 사라질까를 가장 걱정한다. 비리보다 무섭다. 당장 일을 관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휴업의 대비책도 필요하다. 이번 문제는 어쩌면 터졌어야 했다. 너무 오래 '쉬쉬' 해왔을지 모른다. 이번에야말로 뿌리 뽑아야 한다. 아이를 위해 힘들게 번 돈이 허투루 쓰여선 안 된다. 비리 천국이 아닌 꿈나무 천국을 꿈꾼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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