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프랑스어의 실종·당신이 남긴 증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 프랑스어의 실종 =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됐던 알제리 출신 작가 아시아 제바르(1936~2015)의 11번째 장편 소설이자 대표작.

제바르는 알제리 출신 여성 작가지만 부친이 프랑스 학교 교사였던 덕분에 유년기에 프랑스 학교와 사설 코란 학교를 함께 경험하고, 파리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이번 작품에도 평생 알제리와 프랑스의 경계를 서성인 제바르의 경험과 관심이 투영됐다. 즉, 언어와 알제리 근현대사, 여성의 문제가 수려한 문체로 전개된다.

소설은 1991년 가을 망명지인 프랑스에서 20년 동안 살다가 고국 알제리로 돌아온 주인공 베르칸의 현재 이야기로 시작된다. 과거의 회상, 편지, 그가 쓴 미완의 소설,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 등으로 화자와 시점이 끊임없이 바뀌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주인공이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하는 동안 사귄 프랑스 여성 마리즈와 귀향 이후 연인이 된 알제리 여성 나지아는 사용하는 언어만큼이나 대조적으로 그려진다. 마리즈와의 사랑에서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끼던 베르칸은 나지아와의 만남에서 비로소 깊은 친밀감과 충만함을 느낀다.

해설을 쓴 장진영 서울대 불어문화권연구소 연구원은 "제바르는 프랑스어가 일종의 '가면' 같은 언어인 반면에 모국어인 아랍어는 '동질감'을 확인시켜 주는 언어임을 확인한 바 있다"며 "제바르는 이러한 경험을 베르칸에게 투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작가가 꾸준히 관심 가져온 프랑스 제국주의자의 악행, 독립하는 과정에서 알제리 민족주의자들 간 내부 갈등, 가부장제 아래 억압받는 여성 문제 등이 작품에 녹아있다.

장진영 옮김. 을유문화사. 308쪽. 1만3천원

▲ 당신이 남긴 증오 = 앤지 토머스의 데뷔작.

인종차별이란 묵직한 주제로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혐오를 살펴보는 소설이다.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영화사 21세기폭스 제작으로 영화 개봉도 앞둔 작품이다.

이야기는 평범한 16세 흑인 소녀 '스타'가 친구 '칼릴'의 죽음을 목격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가해자는 백인 경찰. 칼릴은 특별한 저항이나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음에도 경찰의 총을 맞아 사망했지만, 언론에는 칼릴이 마약 거래상이었을지 모른다는 의혹만이 보도된다.

수사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결국 가해자인 경찰은 무죄로 풀려나게 된다.

소설은 사건 당일 현장에 있던 유일한 목격자 스타의 심리와 선택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견고한 공권력과 흑인에 대한 편견과 맞서 진실을 파헤칠 것인가, 소중한 가족과의 일상을 위한 안전한 침묵을 택할 것인가.

스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큰 목소리를 내는 거죠. 이건 우리의 고통을 경험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희망을 보여준다.

공민희 옮김. 걷는나무. 460쪽. 1만5천원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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