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대전둔원고등학교 교장

철지난 얘기지만 태국의 축구소년들이 축구훈련을 마치고 휴식 겸 주변답사에 나섰다 비를 피해 동굴에 들어갔다. 물이 차올라 동굴 끝까지 피신했던 소년들과 지도자는 단 한 명의 피해도 없이 구조됐다. 인솔하고 간 지도자는 불행이 그렇게 들이 닥치는 것을 몰랐을 것이고 아이들은 더 더욱이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혼자였다면 공포 속에 더 비극적인 일이 있었을 수도 있다. 같이 간다는 것이 이처럼 중요한 것이며, 일이 그렇게 될 줄 모르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했다.

우리는 길을 가다보면 잘 아는 길을 갈 때는 주저하지 않는다. 왜? 익숙하고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그 말은 사실일까? 사실 아는 길을 가는 것은 그렇게 문제되지 않는다. 모르는 길을 갈 때가 문제다.길 없는 길을 갈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간과하지 않아야 할 중요한 일이 하나 있다. 삶이 살찌고 가정이나 국가가 부강하기 위해서는 아는 길을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길 없는 길을 갈 때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일을 할 때 흔히 세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생각하고 일을 하는 것이고 하나는 생각하면서 일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생각하고 나서 일을 하는 것인데 답이 여기서 나온다. 생각하고 나서 일을 하며 익숙한 길을 가지만, 모르는 길을 갈 때도 주저하지 않아야 그 학교, 그 회사, 그 나라, 그 민족이 발전한다.

성현들 말씀이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시대가 바뀌어도 늘 옳은 말씀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인간 본원의 마음을 읽어내는 혜안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능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지금 학교나 사회가 갖고 있는 커다란 문제 중 하나는 갈등관계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폭력에서 가해자나 피해자의 갈등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문제 해결은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며 화해하도록 해야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인생에서 자신을 뒤돌아보고 바르게 미래를 향해 가는 ‘가지 않은 길’을 갈 수 있다. 오늘날 학교와 사회가 가져야 할 지혜와 결단이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출발해야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학교에 돌아와 보니 그동안 고장 난 곳도 많았고 잘못된 것도 있었다. 그렇지만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해결해가니 한 학기 만에 많은 것을 바꾸고 고쳐 새롭게 만들 수 있었다.

여기에서 실패하거나 망한 사람은 없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 비록 작지만 우리 식구들과 학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목적을 이룬 것이다. 당연히 이것은 개인이 아닌 ‘우리’가 한 것이다. 현실사회에서 개인에게 부정되고 있는 우리의 힘이 새롭게 필요하다.

우리의 힘은 정말 강하고 위대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사회, 우리학교가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글로벌 경쟁시대에 앞서가기 위해서는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이 한 만큼, 개인이 아닌 우리들이 실천하는 용서와 화해 그리고 단합이 더 꼭 필요하다. 태국의 축구소년들은 어려움을 극복해 앞으로 더 훌륭한 축구팀, 축구선수가 될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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