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용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장

일반적으로 사회주의라고 하면 개인의 의사와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보다는 사회전체의 이익을 중시하며 계획, 통제와 같은 용어들이 익숙한 편이다. 그리고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공교롭게도 이러한 사회주의 국가와 다소 거리가 있는 대부분 자유와 권리를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자본주의 국가다.

그런데 21세기 소위 세계 경제의 양대 산맥이라 부르는 G2의 반열에 공교롭게도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과 함께 사회주의의 대표 국가중에 하나인 중국이 이름을 내걸었다. 자유경쟁을 바탕으로 경제 체제의 우월성을 자랑하는 수많은 자본주의 국가를 넘어 중국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분명 모자람이 있다. 그래도 중국을 표현하는 용어중에 실용(實用)이라는 말은 분명 의미가 있다. 일례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덩사오핑의 흑묘백묘론과 대외관계 지도 방침에서 그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중국이 어떤 입장을 내거나 행동을 취하기 전에 국제정세가 어떻게 형성됐고 또 변화돼 가는지를 냉정하게 관찰하고 동시에 스스로 내부의 질서와 역량을 공고히 하고, 중국의 국력과 이익을 고려해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하며, 밖으로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실력을 기르면서, 능력이 없는 듯 낮은 기조를 유지하는 데 능숙해야 하고, 절대로 앞에 나서서 우두머리가 되려하지 말되, 꼭 해야만 하는 일은 한다는 28자로 된 지도 방침은 적기(適期)와 실용주의를 잘 대변해 준다.

오래지 않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인을 가리켜 느리다라는 뜻에서 ‘만만디(慢慢的)’라고 불렀으며, 게다가 더럽고 지저분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중국인을 만만디라고 부르는 경우가 점점 드물지 않나 싶다. 이전에 중국 생활을 하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만만디라는 중국인의 표현이 정말 맞는 것 같다고 했지만 그때도 이미 중국인의 만만디는 다른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어쩌면 느린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상관관계에 따라 느린 정도에 차이가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자신이 필요한 것은 오히려 우리들 보다 더 빠르지 않나? 하면서 말이다.

요즘 중국은 저속성장기를 맞이하면서 질적성장을 꾀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시장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중국제조2025를 통해 G2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하고 있다. 그리고 어떨 땐 세계 경제의 한 중심축이라 불리는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그리려 한다. 오래전부터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중국의 실용주의는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와 4차 산업혁명 대두 등 급변하는 무역환경 속에서 우리에게도 분명 시사하는 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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