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환 대전시 경제정책과장

공자는 ‘君君臣臣父父子子’(군군신신부부자자)라 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때 조직이 건강해진다는 뜻이다. 특히 중간관리자는 조직의 허리다. 머리에서 판단내린 결정을 수족에서 실천하려면 허리가 움직여야한다. 부실한 허리는 불신의 길로 들어서게 하지만 튼튼한 허리는 건강한 조직, 즉 하나의 팀을 이루는 동력이 된다.

20년 전 필자가 팀원일 때다. 본인의 감정여하에 따라 별다른 이유 없이 결재시간에 화를 내며 욕까지 내뱉는 상사가 있었다. 부서원들은 그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부터 파악하고 결재에 들어갔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소통이란 존재할 수도, 성과를 기대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인간성만 좋다고 해서 조직에서 필요한 관리자가 될 수 있을까? 같은 시대에 능력 있는 상사를 만났다. 분석력과 기획력이 탁월한 팀장이었다. 6~7명의 팀원이 만든 서류는 마음에 들 리 없었고 보고서는 팀장이 직접 작성해야 퇴근이 가능했다.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다른 팀의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팀 내에서는 창의성과 자율성을 찾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주장하는 필자는 어떠한 중간관리자일까? 어느 날 회식자리에서 모 직원이 용기를 내어 과장인 나를 평가했다. “과장님은 다 좋은데 평소 말을 않고 있으면 무서워서 말을 못 붙이겠습니다.” 20년 전 위 상사에서 물려받은 조직의 대물림인가? 비록 직접적인 욕은 안 했지만 표정만으로도 소통의 걸림돌이 된 것이다.

조직은 사람들로 구성된 유기체이다. 유기체가 원만하게 돌아가려면 올바른 인성과 시스템이 잘 작동되어야 한다. 먼저 사람과의 관계인 인성은 가장 어려운 문제이다. 가족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같이하는 조직생활에서 항상 웃으면서 통솔할 수는 없다. 다만, 아랫사람에게 감정의 조절은 화냄과 혼냄을 구분해야 한다. 화냄은 자기감정을 통재하지 못하는 것이고 혼내는 것은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말하는 것이다. 윗사람에 대한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윗사람과의 갈등을 퇴근 후 안주삼아 비판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조정하는 일, 즉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시스템의 문제다. 시스템의 기본은 상사의 심중을 제대로 파악해 부하직원의 고충과 업무적 코칭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이다. 장기 알 하나하나의 장점을 살리지 않으면 장기에서 이길 수 없듯이 직원들 각자의 역량을 배양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엄마가 책가방을 다 챙겨주어서는 안 된다. 마더 테레사는 “나는 당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고, 당신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큰일을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더욱이 세계적 기업 페이스북 관리자는 우수한 인재를 보면 그에 걸 맞는 업무를 새로 만든다고 한다. 이와 같이 훌륭한 조직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한다.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분명 쉽지는 않다. 조직에서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야하며 위와 아래를 연결하는 소통의 창구역할도 해야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간관리자는 오랜 기간 팀원을 거쳐 그 자리에 올라왔기 때문에 업무적인 능력이나 마인드적인 면에서 가장 성장하는 시기이다. 이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조직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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