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등 현실적 문제에도 공영방송 의무 외면 비판 직면

KBS '콘서트7080' 폐지…배철수 "시청자 덕분에 14년 왔다"

예산 등 현실적 문제에도 공영방송 의무 외면 비판 직면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주로 중년층을 위한 라이브 음악을 선보이며 사랑받은 KBS 1TV '콘서트 7080'이 14년 만에 막을 내린다.

KBS는 "'콘서트 7080'이 오는 11월 3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다"고 29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을 상징하는 MC 배철수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그만큼 빠르게 싫증을 느끼는 시대인데, 한 프로그램이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속할 수 있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콘서트 7080'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프라이드를 늘 안고 살겠다. 지난 14년 동안 매주 KBS 공개홀을 가득 채워주신 여러분께, 그리고 늦은 시간 방송됨에도 늘 함께 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하다.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아쉬움과 고마움을 동시에 전했다.

제작진도 "중장년층을 비롯해 수많은 시청자와 좋은 음악을 나누고, 울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이어서 정말로 행복했다. 앞으로 또 다른 좋은 프로그램으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며, 시청자 여러분의 많은 양해와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2004년 11월 6일 처음 방송한 '콘서트 7080'은 제목대로 1970~1980년대 활동한 가수들이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해 라이브를 선보이는 콘셉트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1990년대 노래까지 확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시청자들이 유입되면서 스탠딩 공연도 시도하고 아이돌을 비롯한 젊은 가수들도 종종 초대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많이 했다.

프로그램 마스코트인 배철수는 중간중간 나와 멘트를 하고, 뮤지션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특유의 안정된 진행능력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오랫동안 음악을 책임진 백밴드 역시 '콘서트 7080'을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러나 편성시간대와 시청자층 한정 등으로 인한 시청률 한계, 예산 문제 등으로 프로그램 폐지설은 한 번씩 흘러나왔다. 지난해 3월 말에도 한 차례 종영설이 돌았으나 중장년층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이 사실상 '콘서트 7080' 하나뿐이라는 점에서 '보존'됐다. 여전히 시청률 10%대를 유지하는 '가요무대'의 경우 최근에는 거의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공영방송 KBS가 속칭 광고주 타깃인 2049(20~49세) 외에 다른 시청 층을 위한 콘텐츠이자 긴 전통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을 시청률과 예산 등 문제로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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