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인당 연구과제 수행, 가장 많은 곳 15개… 규정은 5개
PBS 탓… 연구보다 연구수주 집중, “출연금 늘려 고유기능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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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들이 연구과제 수를 제한한 규정을 넘어 과도하게 과제를 수주하고 참여하는 등 질보다 양적인 연구 활동에 매진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8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등에 따르면 연구자 1명이 한 해 최대 15개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며, 출연연 연구과제에 평균 10명의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연구자 1인당 최대 과제 수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재료연구소로 각각 15개로 가장 많았다. 안정성평가연구소가 14개, 한국식품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각 12개로 뒤를 이었다. 연구자들의 참여 과제가 많은 이유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로 인해 연구에 집중하기보다 연구과제 수주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의 다수 과제 수주는 국가연구개발 공동관리 규정에도 어긋난다. 이 규정 32조에는 연구자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과제는 최대 5개 이내로 하도록 돼 있다. 출연연은 설립 목적 상 공동이나 대형연구를 위주로 수행해야 하지만, 지난해 25개 출연연이 수행한 연구사업은 총 7658건으로 한 기관 당 306개 과제를 수행했다. 공동연구에 참여한 연구자 수는 한 과제당 10명으로 출연연 연구과제가 소형화되고, 공동연구 참여자는 축소한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기준 공동연구 참여자가 많은 과제를 보면 에너지기술연구원의 ‘고분자연료전지 시스템의 내구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 고장진단 및 처리기술 개발’ 연구로 617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한의학연구원의 ‘생물전환을 이용한 한방처방의 효능강화’ 연구에는 389명의 연구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연구에 289명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자들이 PBS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예산 비중을 보면 알 수 있다. 출연연 예산은 출연금이 약 1조8800억원(38.4%), 정부수탁예산 2조2900억원(46.8%), 민간수탁 예산 3300억원(6.6%) 등이다. 출연연의 정부수탁 예산이 출연금 사업보다 1조1000억원이나 많아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보다는 예산을 벌기 위한 연구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출연연은 출연금 비중이 높아야 고유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며 “정부수탁예산 중 상당부분을 출연금 예산으로 전환해 출연금 예산이 최소한 50% 이상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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