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섭 충북지방노동위원회 사무국장

올 봄 우리위원회에 스리랑카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 쿤(가명) 씨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서를 제출했다. 외국인근로자인 쿤은 지난해 고용허가제로 취업을 하여 일하던 중 지난 겨울 부친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회사와 협의해 휴가를 내고 출국했다. 그러나 20여 일 후에 한국에 들어오는 인천공항에서 불법체류자라며 억류됐다. 외국인보호단체에서 이러한 사정을 알고 쿤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우리위원회에 낼 수 있도록 도왔던 것이다.

우리위원회 조사관이 쿤의 구제신청 취지에 대하여 출입국관리소와 외국인보호단체 등에 연락하여 파악해 보니, 회사는 쿤이 사업장을 무단이탈하였다며 관할 고용센터에 고용변동신고를 했다. 이에 따라 쿤은 불법체류자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입국 시 인천공항에 억류되기까지 이른 것이었다.

통상적인 부당해고 구제사건처리는 부당해고를 결정까지 약 3개월이 소요된다. 쿤이 공항에 억류되어 있기 때문에 조속한 해결이 필요했다. 담당조사관은 당사자를 ‘화해권고회의’에 참여시킨다면 조기에 해결될 수도 있음에 착안해 화해를 통한 해결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사업주에게는 여러 차례 화해권고회의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지만 고용센터에 외국인 고용변동신고를 번복하면 이에 따른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두려워하여 참여를 꺼렸다. 이에 고용센터 관계자와 협의하여 사업주에게 외국인 고용변동 신고를 번복하여도 아무런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음을 알려 주면서 설득했다. 쿤도 인천공항에 억류되어 우리위원회에 출석이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여 일정 소득이하 근로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노동위원회의 권리구제대리인제도를 활용하여 노무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하였다.

화해권고회의를 통하여 마음이 조금 열린 사업주로부터 쿤이 일을 못하거나 성격이 모난 것도 아님을 파악하였고,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얘기를 했는데 한국말이 유창하지 않아 휴가신청에 대하여 관리자에게 잘 전달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두 번째 화해권고회의에서 회사는 인력이 필요하고 쿤도 직장이 필요한 상황임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당사자 간 화해를 통하여 쿤은 회사에 다시 출근해 일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는 해고기간(휴가기간) 중의 임금은 지급하지 않고 숙련된 인력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화해를 대하는 당사자 중에는 가끔 적절한 양보를 통해 화해를 하는 것을 자신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화해야말로 양 당사자가 모두 윈윈(Win-Win)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우리위원회는 2015년 5월부터 법학교수 등 외부전문가 4명을 화해권고회의 전담위원으로 지정하고 매주 수요일마다 ‘화해권고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위원회가 화해권고회의를 활용해 그대로 두면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추방될 위기의 외국인근로자를 보호하고 회사에도 숙련된 노동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한 것은 당사자는 물론 우리 지역의 노사를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는 자부심으로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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