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 충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온 산이 울긋불긋 옷을 입었다.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저마다 곱게 치장하고 얼굴을 내민다. 만산홍엽 단풍의 계절이다. 골짜기마다 인산인해를 이뤄 누가 단풍인지 누가 사람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새벽 물안개에 물든 단풍이 오묘해 산사의 아침이 더욱 숙연하다.

마을과 숲과 사람이 소통·공유하는 속리산 둘레길에도 가을의 진객인 단풍이 찾아왔다. 이 가을 속리산을 찾아 단풍의 하모니에 빠져보자. (사)속리산둘레길은 보은군산림조합과 함께 11월 3일 9시30분 속리산 말티재 꼬부랑길에서 '속리산둘레길 걷기대회'를 개최한다. 보은군과 보은지역발전협의회에서 후원한다. 꼬부랑길은 말티재에서 시작해 594.9m봉을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약 10㎞다. 걷는 길은 임도로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게 완만하다.

걷다 보면 한남금북정맥 마루금도 넘어선다. 360도를 돌아 원점으로 오면서 바라보이는 시골 풍경 또한 정겹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도 케냐 선수 및 동호인들과 함께 꼬부랑길을 달렸다.

속리산은 1964년 6월 24일 사적 및 명승지 제4호로 지정됐고, 1970년 3월24일에는 제6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이 장엄하면서도 꽃처럼 피어난 곳이다. 호서제일가람 법주사 일주문을 들어서면 세조길이 나온다. 조선 7대왕 세조는 몸에 피부병이 발생하자 치료차 속리산을 찾았다. 그의 스승인 신미대사를 만나기 위해 계곡을 거슬러 복천암(당시 복천사)에 올랐다. 신미대사와 학조화상은 임금을 위해 대법회를 열었다. 3일간 법회를 마치고 목욕소에서 목욕을 한 후 피부병이 나았다.

그가 거슬러 오르던 길을 세조길이라 명명했다. 세심정에 닿으면 '道不遠人/ 人遠道 / 山非離俗/ 俗離山'이란 글귀가 있다. 신라 말기의 학자인 고운(孤雲) 최치원이 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한다. 산은 세속을 떠나려 하지 않는데 세속이 산을 떠나려 한다'란 의미다. 속리산의 어원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속리산 최고봉 천왕봉에서 분기해 한강과 금강을 나누는 산줄기가 한남금북정맥이다. 말티재(430m)는 한남금북정맥 마루금에 위치해 있다. 말티재는 속리산의 관문으로 고려 태조 왕건이 할아버지 작제건을 찾아 속리산에 오면서 고개를 넘기 위해 얇은 박석을 깔아 박석고개라 불렸다. 이후 세조가 속리산에 행차할 때 아랫마을 장재리에 행궁을 짓고 말을 타고 넘었다 해서 말티재로 바뀌었다는 설과 '말'의 어원이 '마루'로 높은 고개라 해 말티재라고 불리었다는 설이 있다.

역사의 흔적과 왕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속리산 말티재에서 가족, 연인, 벗과 함께 손 마주잡고 사부작사부작 걸어보자. 빛 고운 단풍에 젖어 세속의 짐 내려놓고 굽이굽이 꼬부랑길을 걸으며 희망의 파랑새를 찾아 가을 단풍여행길에 나서보자.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