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 지면에서 연재소설과 만화가 대부분 사라졌다. 아직 만화를 게재하는 일간신문이 있지만 전반적인 영향력이나 파급효과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듯 하다. 인터넷으로 옮겨간 대중의 관심이 크게 작용하겠으나 신문 연재만화, 연재소설이 달라진 대중의 정서와 의식을 반영하고 움직이는 영향력이 변모한 까닭이 아닐까.

고바우 영감, 두꺼비, 왈순아지매, 나대로 선생 등 숱한 만화의 주인공은 이제 추억속의 캐릭터가 되었다. 장도리라는 주인공이 지금도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비쳐주는 신문만화의 전통을 잇고 있지만 초기 신문만화에서 독자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인물상으로 코주부를 빼놓을 수 없다. 어수선한 해방공간 첫 영자일간지 서울타임즈 창간호부터 2면에 일상주변의 소소한 이야기와 넌센스를 4컷 만화로 그려냈는데 대사는 영어로 달았으니 출범 초부터 자못 국제적 성격을 띠었던 셈이다. 그 후 서울신문, 코리안 리퍼블릭, 평화신문을 거쳐 다시 서울신문에 잠시 실리다가 국내신문에서는 사라졌는데 이십년이 채 못되는 기간이지만 코주부의 명성은 우리 대중문화사에 굵은 글씨로 남아있다.

코주부 작가 김용환 화백(1912-1998) 별세 2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심포지엄과 '오마주'전시회<사진>가 그의 고향 경남 김해에서 열렸다. 시사만화를 비롯하여 아동만화, 캐릭터, 삽화, 풍속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떨친 김용환 화백을 재조명하며 김해의 문화관광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식민통치를 비판했던 만화가가 남로당원으로 대남선전물을 제작하고 그 뒤 유엔군 소속으로 대북선전물을 만드는 등 혼란스러운 시대, 재능있는 예술가는 평생 이순신 장군 초상과 위업을 그리고 한국의 미를 추구하면서 자신의 정체성 회복에 노력했다 한다. "만화가 가진 능력의 하나는 인간에 대한 비판능력이다"라는 김용환 화백의 말처럼 은근하면서 품위 있고 해학이 깃든 멋진 풍자만화가 우리사회를 정화하기를 기다려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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