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육청이 어제 유치원 감사결과를 실명 공개했다. 대전, 충남·북 교육청도 이날 종합감사에서 지적사항이 나온 사립유치원 명단을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공개내용에는 감사 지적사항과 유치원별 시정여부 등이 포함됐다. 회계처리 잘못이나 운영상의 문제점이 주로 지적됐으나 원장이 공금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의 회계비리 사례도 나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사립유치원 뿐만 아니라 상당수 공립유치원도 규정을 위반해 운영한 사실이 감사결과 드러났다.

공·사립유치원을 막론하고 회계의 투명성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국민들이 화를 내는 건 일부이긴 하나 유치원 원장들이 공금을 마치 쌈짓돈 인양 사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데는 당국의 책임이 크다. 전국 4000여 곳의 사립유치원에 매년 2조원이 넘는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이렇게 천문학적이 예산을 투입하고도 교육부는 관리감독에 소홀했다. 비리사실을 파악하고도 공개를 차일피일 미룬 것만 봐도 그렇다.

전국의 초중고와 국공립유치원은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사용하고 있지만 사립유치원은 민간 회계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회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립유치원도 에듀파인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별도의 새로운 회계시스템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산전용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가 2020년 3월부터는 모든 유치원이 의무적으로 에듀파인을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을 내놔 귀추가 주목된다.

사립유치원이 한국 유아교육의 한축을 담당해왔음을 부인치 못한다. 비리유치원은 지탄받아 마땅하나 모든 사립유치원이 집단으로 매도돼서는 안 될 일이다. 교육자적 양심을 갖고 사재를 털어 유치원을 경영하는 원장들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유치원 감사결과 공개가 유치원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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