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리 대전대암초등학교 교사

교직에 들어선 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나면서 학교생활이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아직도 일요일만 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비록 학생지도나 수업, 업무 등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만큼 열정으로 채우며 학교생활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아이들과의 관계'는 매일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숙제다. 아이들과 장난을 치고 농담도 하며 재밌게 보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이들이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에 하루 종일 우울하게 보내기도 한다. 물론 아이들과 있으면 신나고 행복한 일들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일어나는 갈등 상황은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그때마다 '나도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야 할까?'라는 마음이 들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생각한다. '잠시 화를 참고 다시 생각해보자'라고 말이다.

여름 방학 중에 시간을 가지고 지난 학기의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았다. 하루하루가 다사다난했지만 몇몇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나와 동아리 아이들과 갈등을 겪었을 때, 학급 내의 아이들끼리 갈등이 있었을 때 등 다양한 갈등 상황 속에서 나는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때를 되돌리며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화를 참기 잘했어'라고 말이다. 당시의 내 머릿속은 온갖 나쁜 생각들로 가득했다. 금방이라도 분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계속 되뇌었다.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내가 놓친 부분은 무엇이었을까?'라고 말이다. 그리고 가장 크게 맴돌았던 말은 '내가 이 말을 내뱉으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였다.

'참을 인(忍)'은 위에는 칼이 밑에는 마음이 받쳐있는 형상이다. 이는 가슴에 칼을 얹고 있다는 것으로 결국 참지 못하는 자에게 가장 먼저 피해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저경력 교사로서 나는 열정이 앞서지만, 이러한 열정은 때때로 충동적이기도 하다. 만약, 그때 충동을 참지 못했다면 나의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는 커다란 상처로, 나에게는 평생의 후회로 돌아왔을 것이다.

'참을 인(忍)'의 다른 의미는 온갖 증오나 분노의 마음이나 탐욕이 싹틀 때마다 마음속에 담겨있는 칼로 잘라버린다는 것이다. 내가 보내는 매일의 경험은 어쩌면 참을 '忍'자를 새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한 발자국 물러나 자신을 먼저 다스리며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교사로서의 경험이 쌓일수록 그만큼 아이들의 삶에 대한 책임감도 쌓여가는 것을 느낀다. 교사가 '忍'을 기른다는 것은 교사로서의 권위를 내려놓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직은 아는 것보다 배울 점이 훨씬 많은 교사이지만, 매일의 소중한 경험이 쌓여 나의 마음에도 '忍'의 공간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러한 '忍'이 쌓이면 나도 언젠가 선배 교사들처럼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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