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석 한국기계연구원 인공지능기계연구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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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시간에 따라 고객 마음을 헤아려 영화, 음악, 커피, 여행, 숙소 등을 추천해주는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국내 모 인터넷TV 업체는 이러한 서비스로 1년 새 주문형 비디오 매출은 23%, 영화는 54%나 증가했다고 한다. 서비스업에서의 AI 접목에 의한 매출효과가 인구 노령화와 저생산성에 빠져가는 한국 제조업 부활로도 확산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AI는 과거뿐만이 아니라 현재의 영상, 사진, 음성, 대화, 데이터들로부터 학습해 컴퓨터나 기계를 점점 더 스마트하게 만든다. 과거 로봇이나 생산기계는 정해진 규칙과 시나리오에 따른 자동화였으나 AI가 기계에 접목되면 낯설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까지도 처리할 수 있는 지능기계가 된다. 이러한 기계의 스마트화를 보스턴컨설팅사는 기계 속 유령(The Ghost in the Machine)이라고 표현했다.

그 결과 기계는 고객의 요구사항과 상황에 유연하고 적응력을 갖게 돼 궁극적으로 제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공작기계나 공정기계들이 스스로 최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제품의 결함을 탐지하거나 예방적 공장 유지보수도 가능하다. 물류를 최적화시켜 재고를 줄일 수도 있다. 보스턴컨설팅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AI 적용으로 인한 인력생산성 향상으로 생산비용 절감이 70%나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같이 AI를 적용하면 제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하여 제조업 종사자 대부분이 동의한다. 현실도 그럴까? 필자가 제조업, 특히 중소중견기업 경영자들에게 의견을 물으면 인공지능에 대한 큰 기대에 비해 실제 적용은 활발하지 못한 실정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AI를 제조업에 적용한 사례가 부족하다는 점을 꼽는다. 제조업 어느 부분에 어떻게 적용해야 얼마의 생산성 향상을 얻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AI 적용사례를 많이 만들어 제조기업 경영자들이 벤치마킹하고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이 그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 제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AI 적용 사례를 만들어 기업에 확산해야 한다.

필자는 한국기계연구원 인공지능기계연구실에 속해있다. 산업계와 밀접한 연구분야인 만큼 AI의 적용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AI 적용 사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AI 기술의 동향에 대해 분석도 하고, 직접 적용도 해보기도 했다. 이미 AI 기술과 이를 구현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는 전 세계에 공유되고 있고 원한다면 전보다 훨씬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지금은 산학연이 협력해 AI를 접목할 수 있는 적절한 장비와 공정을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 적은 비용으로도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공정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접목 대상을 잘 발굴한다면 제조업 현장에 AI를 적용하는 데 훨씬 속도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막연하게 여겼던 중소기업 경영자에게 눈에 보이는 AI 투자의 기준도 되어 줄 것이다. 이는 곧 우리 제조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키우는 길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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