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포럼] 
이형극 ETRI 스마트미디어연구그룹 선임연구원

"연구원의 고객은 누구입니까?" 필자가 연구원에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원의 동문이자, 재직 중 창업을 통해 관련 분야에서 업을 이루고 계신 선배님으로부터 받은 질문이다. TDX, DRAM 반도체와 CDMA 기술 등 정보통신의 한 세대를 구가하고, 설립 이후 줄곧 국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연구원의 이력을 익히 알고 있던 필자는 대답했다. "전 세계 동종업계에서 최고의 정보통신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만든 기술을 향유하는 일반 소비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선배님은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입니다"라고 대답을 해주셨다. 선배님이 생각하시기에 우리 연구원의 역할은 기술 개발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애로점을 해결하고, 이러한 기술 보편화를 통해 더욱 탄탄한 기술적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며 이로써 더 많은 사람이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적정기술'이란 이름으로 사회 공동체의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술이 회자된 바 있다. 적정기술은 아프리카나 아시아 저개발국에 적용하여 물 부족, 질병, 문맹 등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2015년 UN에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가 함께 추진하고 이행해야 하는 빈곤 퇴치, 기아 종식, 불평등 해소 등 17가지 핵심어를 가지고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채택한 바 있다. 각 유엔 회원국에서는 국가 수준의 제도적 구성, 전략, 프로그램에 반영하여 전 세계 인류의 행복과 번영을 목표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달성에 노력 중이다.

공학자로서 연구·개발의 목적은 당연히 사람들이 더욱 편하고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 공학자들은 연구와 고민을 거듭하며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우리 생활 이면에 숨어있는 물리학 법칙을 발견하거나 어려운 수학 문제를 증명하는 수준 뿐 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이나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야 말로 공학자가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과 다르게 가지고 있는 차별성이라 생각한다.

최근 ICT 연구·개발의 패러다임 또한 국민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에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에서는 ICT 연구·개발의 역할을 삶의 질을 개선하고 포용적 성장을 이뤄낼 핵심 수단으로 여김과 동시에 현 시점은 실제로 필요한 수요기술을 발굴, 공공서비스의 혁신적인 전환을 일으킬 수 있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을 가지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실제 현장의 사회문제를 대상으로 기술개발을 이뤄 ICT 연구개발 성과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사회문제 해결형 R&D 과제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환경, 교통, 도시, 복지, 국방 및 안전 등 6대 공공분야를 확정하고 공공분야별 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석 프로그램 등을 활용, 구체적인 사회 문제 등에서 귀납적으로 도출한 내재적 문제를 사회문제의 유형 및 핵심 키워드로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어쩌면 지금 현재가 우리 연구원의 역할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고령화, 기후변화 및 안전 등 새로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첨단 기술의 상용화와 저변 확대 및 보편화에 노력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원의 역할을 다시 상기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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