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21>육남매 이야기-<3편>반쪽 세상 

“너희를 비록 반쪽으로 밖에 볼 순 없지만 사랑하는 마음의 눈은 누구보다 밝단다”

선천적 시각장애를 가진 육남매 엄마 송민정(37·가명) 씨의 왼쪽 눈은 실명 상태다.

나머지 오른쪽 눈 시력도 마이너스 밖에 나오지 않아 교정용 렌즈를 끼지 않으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송 씨는 시력이 불균형하다 보니 두통 등 후유증은 물론 감각도 떨어져 자주 넘어지곤 한다. 

어린 아이들을 안고 넘어진 적도 많아 하루에도 심장이 수십 번 내려앉는다.

한쪽 눈으로 육남매를 키우고 집안일은 완벽하게 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막내 3살부터 16살인 첫 째까지 한창 엄마 손이 많이 갈 나이인 아이들은 무려 6명이다. 엄마는 매 시, 매 초에 한계에 부딪힌다.

청소도 요리도 시각장애 6급인 송 씨에겐 버겁다. 특히 위생 관리가 안 돼 음식에 머리카락은 물론 각종 이물질이 나오기는 일쑤다.

급성 두드러기로 아이들이 응급상황에 놓여 지고 화재까지 발생하는 등 반쪽 세상 엄마의 양육은 위험 천만했다.

아이들과 와이프만 집에 둘 수 없는 아빠 박장연(47·가명) 씨는 고정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가 없다.

식당, 공사장, 퀵서비스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언제나 그만두길 바란다는 통보만 돌아왔다.

집에서 전화가 올 때면 겁부터 덜컥 났다. 또 무슨 일이 생긴건지, 누가 다친건지

일하다 말고 시도때도 없이 집에 달려가야 하는 아빠 박 씨를 마음에 들어 하는 업주는 어디에도 없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첫째(16)와 둘째(14)는 사시증세가 있는 엄마를 창피해 하며 송 씨의 자괴감은 더욱 심해졌다.

마트에서 마주친 엄마를 모른 척 하고 지나가는 등 마지막 희망이자 빛이었던 자식들에게 마저 외면당했다는 생각에 밤잠을 이룰 수가 없다.

송 씨의 우울함은 점점 더 심해졌고, 급기야 자치구 정신건강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까지 생겼다.

상담을 요청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센터는 ‘묵묵부답’으로 도움을 주지 않았다.

엄마 송 씨는 “정말 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해 용기내 손을 내밀었는데 기관마저 나를 외면했다.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고 무력 했다”며 “아이들도 보기 싫고 짜증도 많이 나고 내 스스로가 제일 싫었다. 아이들 한 둘 키워본 것도 아닌데 왜 이걸 견디지 못하나 자책도 심했다”고 토로했다. <26일 마지막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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