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모바일 광고 확대 빈 광고판 다수… 업계 위기감
시설노후화… 안전문제 우려도

▲ 2000년대 중반까지 파급효과나 시인성이 우수한 대안 매체로 인기를 끌며 지역 내에서도 이른바 '노른자위' 자리에 들어섰던 옥상 광고판이 경기 불황으로 텅 빈채 방치되고 있다. 대전 유성구의 한 옥상 광고판 모습. 사진=이인희 기자
도심을 상징하는 건물 옥상의 대형 광고판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제품 광고나 기업 로고 등을 게시하며 경제 활황기 당시 앞다퉈 목 좋은 자리를 꿰차고 들어왔지만, 장기침체기로 접어들면서 '도시의 흉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18일 대전 서구와 유성구, 중구 등 지역 내 도심에 설치된 옥상 광고판을 살펴본 결과 상당수의 광고판이 비어있는 채로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옥상 광고판은 광고 업체 등이 옥상을 임대해 광고판을 설치하는 형태로 대부분 2000년대 중반까지 파급효과나 시인성이 우수한 대안 매체로 인기를 끌며 지역 내에서도 이른바 ‘노른자위’ 자리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 같은 옥상 광고판은 모바일과 SNS 등 디지털 광고의 시장 확대 진출로 점차 설 곳을 잃게 됐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새 경기 침체로 내수시장 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시작된 소비침체 기류가 광고 판매 부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현재는 광고 영업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한국옥외광고협회 관계자는 “옥상 광고판 대부분 운영 업체의 연락처만 기재된 채 텅 비어있는 채로 적게는 1년, 많게는 3~4년 씩 방치되고 있다”며 “사실상 서울 도심이나 강남 지역을 제외하고 지방인 대전의 경우 업자들 사이에서는 흰색 광고판 형태로 방치돼 있는 이른바 ‘백판’ 천국이라고 인식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자 옥상 광고판을 운영해 온 업체들 역시 적자를 감당하기엔 버거운 상태다. 계약을 통해 옥상 임대료나 시설 유지보수에 나서야 하지만 단가를 낮춰도 이제는 계약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옥상 광고판을 운영하는 A업체 관계자는 “옥상 광고판이 기업 등의 이미지 홍보 용도로 손꼽히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6개월 또는 1년 단위 형태로 연쇄적인 계약이 진행됐지만 현재는 당시 단가의 50~60% 수준으로도 계약이 어렵다”며 “경기 불황으로 광고 시장이 위축된 탓에 선거철이나 돼야 1~2개월짜리 반짝 계약만 성사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장기간 계약 불가로 적자에 시달리는 업체들의 경우 옥상 광고물 시설정비조차 자력으로 불가능하다보니 시설의 노후화에 따른 안전문제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설령 지역 경기가 앞으로 회복되더라도 아날로그 형태보다는 온라인 형태를 선호하는 탓에 옥상 광고판을 찾는 광고시장은 자연 도태될 것”이라며 “한때 도심의 상징이었던 화려한 옥상 광고판을 애물단지로 전락시키기 보다는 공공 캠페인이나 도시 이미지 홍보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생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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