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지 적자의 중요 요인으로 관광 외화 지출이 꼽힌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여전히 출국자 수는 나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더많이 지출한다면 다행일텐데 그들은 대단히 알뜰 근검해서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 근래 중국인들의 쇼핑관광이 늘고 있다지만 대체로 화장품이나 한류에 영향을 받은 품목이 주류를 이루어 수지 개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입국시 비과세 반입이 가능한 액수가 600달러인데 이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라는 여론이 높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여전히 이 상한선이 고수되고 있다. 출국 전 시내 면세점에서 사전 쇼핑을 할 수도 있고, 공항면세점, 외국 현지와 출국지 공항에서의 구입은 물론이고 출국-귀국편 기내 면세품을 이용할 수도 있으니 숱한 경로로 외화지출이 가능한 현실에서 이제 국내 공항 입국장 면세점을 만들 것이라고 한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외국 쇼핑을 대체하기 위한 대안이라지만 입국면세장이 들어설 장소로 짐을 찾는 공간 일부를 상점으로 만든다니 면적의 협소함과 제한된 비치 품목 그리고 대기업 배제라는 원칙 속에서 얼마만큼 당초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입국 면세점이 현지 과소비는 물론 기내면세품 구입을 일정부분 흡수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항공기 승무원들이 가장 바빠지고 활발하게 움직일 때가 기내면세품 판매시간이고 보면 대승객 서비스나 안전운항을 위한 승무원 본연의 임무준수 측면에서도 기내면세품 판매를 폐지하거나 줄이는 것이 온당하다. 그렇지 않아도 협소한 기내에 면세품을 싣는 것이 연료소모와 안전면에서 그리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면세품 판매실적이 승무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직·간접의 영향을 미친다면 더욱 그러하다.

입국장 면세점이 목적대로 운영되어 외화지출 절약과 내수진작에 일조하고 무엇보다 쇼핑에 쫓겨 여행 본연의 여유와 즐거움을 그르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나저나 국내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거나 아직도 외국에서 사올 만한 물품이 그리 많은지는 잘 모르겠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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