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 충남도 농정국장

매년 이맘때쯤이면 우리에게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있다. 다름 아닌 고병원성 AI와 구제역이다. 구제역과 AI는 2014년 이후 해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국가적으로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겨울 추위에 가축전염병 예방과 확산방지를 위해 거점소독시설 설치 운영 및 축사 주변 소독강화 등 축산인은 물론 민관 모두 힘겨운 활동을 벌이곤 한다. 반복되는 가축전염병으로 인해 축산농가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고통을 겪는 것을 볼 때 충남 농정을 책임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마다 반복되는 가축전염병을 어떻게 하면 근절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지 되새겨 보곤 한다. 과거 우리 축산업의 환경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생산성만을 목표로 규모화, 고밀도 가축 생산에 집중해 왔던 것이다. 이는 가축분뇨로 인한 악취와 환경오염, 밀식사육으로 인한 가축전염병 발생률을 크게 높이는 결과를 불러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축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하면서 웰빙(Well-being), 로하스(LOHAS), 원헬스(One Health)와 같은 가치의 등장은 ‘친환경축산, 동물복지’로의 전환을 강력히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친환경 축산이란 자연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고 항생제 따위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가축을 기르는 일이다. 수질·토양·대기 오염을 방지해 환경을 보존하고, 동물 복지를 통해 가축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고 농촌의 경관을 유지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그렇다면 친환경 축산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해야 지역사회와 공존하고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만들 수 있을까? 충남의 축산농정 책임자로써 나는 2가지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바로 축산환경 개선과 축산인식 변화이다.

첫째, 축산환경 개선이다. 충남은 가축 사육환경 개선과 생산비 절감을 위해 축사시설현대화 자금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지원금은 노후축사 신·개축과 방역시설 설치 등 사육환경 개선에 쓰인다. 이는 질병발생 예방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사육규모별 축산업허가제를 시행하여 밀식사육을 억제하고 악취로 인한 민원 발생의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충남은 이러한 친환경축산물 생산기반 구축을 위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821농가에 3188억원을 지원했으며, 2019년에도 43농가에 302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둘째, 축산인식 변화다. 친환경 축산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지방정부의 노력과 함께 당사자인 축산농가의 이해와 노력이 중요하다. 얼마 전 방문한 예산의 양돈농장에서 특별한 악취시설, 악취저감제 없이 바닥청소, 축사환경 개선만으로 지역민들의 부정적 인식과 축산악취 발생을 현저히 낮춘 것을 보았다. 이처럼 축산농가 스스로 축사를 깨끗하게 개선하고 관리하려는 의지와 노력만으로도 축산악취의 상당부분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친환경 축산은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다. 소, 돼지 등 가축이 사는 동안 최적의 여건을 제공하는 것은 서로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중요하다. 축산농가와 생산자단체, 지방정부가 서로 긴밀히 협조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충남의 친환경 축산이 확고하고 튼튼하게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이 친환경 충남을 만드는 또 하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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