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앞 축제 분위기…팬 수백 명 공연장 인근서 텐트 야영
독일서 K팝 인기 증가…교민들 어깨도 '으쓱'

BTS, 베를린을 흔들다…"실제 보게 될 줄이야" 팬들 환호

공연장 앞 축제 분위기…팬 수백 명 공연장 인근서 텐트 야영

독일서 K팝 인기 증가…교민들 어깨도 '으쓱'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세계적인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흔들었다.

16일(현지시간) 공연을 4시간 앞둔 오후 4시께. 공연장인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 인근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부분은 10대 중후반에서 20대 초중반의 여성 팬들이었다. 이들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일찍 입장하려고 줄지어 있었다.

방탄소년단의 대형 사진이 걸린 포토존 앞에도 100m 이상 줄이 서 있었다. 심지어 방탄소년단의 공연 시 팬들이 사용하는 야광봉인 '방탄봉'을 판매하는 부스 앞에도 줄이 수십m 이어졌다.

일부 팬들은 즉석 무대를 마련해 방탄소년단의 춤을 추기도 하는 등 공연장 주변은 마치 축제가 열린 듯한 분위기였다.

열성 팬 수백 명은 이틀 전부터 공연장 인근에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워 독일 언론에 화젯거리로 소개되기도 했다.


줄지어 선 팬들은 공연장의 유리 벽 안에 공연 관계자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BTS'를 연호했다.

베를린에서 200㎞ 떨어진 슈트라준트에서 온 여성팬인 브레트 쇠네게(18)는 친구들이 돈을 모아 구매한 티켓을 생일선물로 받아 공연장에 왔다고 했다.

쇠네게는 "티켓 구매사이트의 오픈 시간에 맞춰 여러 명의 친구가 동시에 접속해 겨우 한 장을 예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16∼17일 베를린 공연 티켓은 지난 6월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지 9분 만에 3만 장이 모두 팔렸다.

쇠네게는 "BTS는 노래, 춤, 비디오까지 완벽하다. 독일이나 유럽에서 비교할 만한 그룹이 없다"면서 "사실 한국에 대해 몰랐는데, 한국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고 방문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 며칠 전부터는 한국식당에서 매일 비빔밥을 먹었다고 했다.

21세의 여성팬 율리아는 "방탄소년단을 실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라며 "애초 17일 공연 티켓만 샀는데, 오늘 티켓도 추가로 구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6세의 여학생 젤렌은 표를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젤렌과 방탄소년단 팬 카페에서 만나 친구가 된 여학생 쉐링크(15)는 표를 구하지 못했지만, 공연장 밖 분위기라도 느끼려고 함께 왔다.

중년의 성인 남녀도 꽤 보였다. 미성년자인 자녀들 때문에 함께 온 부모들이었다.

47세의 남성 랄프는 두 딸과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이 끝난 뒤 몇 시간을 운전해 집으로 가야 하지만 딸들을 위해 함께 왔다.

랄프는 "왜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지 솔직히 잘 이해되지 않았다. 보통 어렸을 때 스타를 좋아하니 그러려니 했다"라며 "그런데 여기에 와보니 인기가 정말 놀랍다. 딸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공연장 입장이 시작된 후 온라인 사이트에서 가짜 표를 샀다가 들어가지 못하게 된 여학생 두 명이 울먹이기도 했다.


◇ 독일서 K팝 30차례 공연…한국인·한국문화 이해 계기 = 방탄소년단의 이번 공연 전에도 베를린은 K팝으로 들썩였다. 지난달 14일 KBS의 음악프로그램 뮤직뱅크가 베를린에서 무대를 마련했다.

엑소, 워너원, 태민, 스트레이키즈 등의 K팝 스타들이 공연했다. 1만 석의 좌석은 빈틈없이 가득 찼다.

K팝 스타들은 독일을 자주 찾고 있다. 2013년부터 베를린과 쾰른, 프랑크푸르트 등의 주요 도시에서 30회 정도 공연이 열렸다.

2PM, 인피니트, 갓세븐, 지코 등이 공연했다. 지난해 9월 지드래곤의 공연도 1만7천 석의 좌석이 매진됐다. 최근 지코의 공연도 1천500석의 좌석이 가득 찼다.

독일의 K팝 팬들은 온라인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을 통해 영상과 정보를 교환한다.

아마추어 K팝 댄스 그룹도 늘어나고 있다. 여학생들을 위주로 한 K팝 댄스 그룹이 있는 학교 수도 꽤 많다.

지난 6월 주독 한국문화원이 한 달간 진행한 K팝 댄스 아카데미는 홈페이지 공고 당일 신청자가 몰리며 순식간에 자리가 다 찼다.

뮤직뱅크 베를린 공연이 끝난 뒤에는 팬들이 두 곳의 클럽에서 K팝 파티를 열기도 했다.

K팝에 대한 독일 언론의 평가도 후하다.

방탄소년단의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을 당시 주간 슈피겔은 "한때 미국 보이밴드를 카피하며 시작된 음악이 오래전부터 세계적인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지난 4월 K팝 그룹이 포함된 남측 공연단이 북한 평양에서 공연한 것을 놓고 K팝이 남북 대화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독일에서 BTS 등 K팝의 인기는 교포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공연장을 찾은 교민 2세 박영지(11) 양과 장윤서(14) 양은 "K팝 때문에 한국어를 가르쳐달라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해도가 커진 것 같다"라며 "K팝을 같이 듣고 춤을 추다 보니 독일인 친구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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