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선수 1명도 없는 제천상고 하키 4강 이끈 권창숙 감독

15일 전북 김제공설운동장. 제99회 전국체육대회 하키 여고부 8강전이 진행됐다.

충북대표로 나선 제천상고 선수들이 열심히 경기에 나서는 동안 벤치는 권창숙 감독과 김선동 코치만이 지키고 있었다. 교체 선수가 단 1명도 없지만 제천상고는 홈팀인 전북대표 김제여고를 2-0으로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하키는 비인기 종목이다. 특히 충북의 하키는 인구 13여만명의 중소도시인 제천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비인기종목에 인구도 적은 환경상 선수수급이 지상과제다. 더구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에이스이자 주장 박지민(제천상고 3년)이 인대 부상으로 대회에 불참하게 됐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제천상고는 승승장구하며 동메달을 확보했다. 올해도 제37회 협회장기전국대회 3위, 제61회 전국종별선수권대회 3위, 제32회대통령기전국대회 준우승 등 굵직한 성적을 내고 있다.

제천상고의 선전 배경에는 권창숙(47·충북하키협회 전무·사진) 감독이 있다. 권 감독은 의림여중과 제천상고, 경희대를 졸업한 엘리트 하키선수였다. 2005년부터 의림여중 하키부 감독을 맡았다. 

와해 직전의 팀 재건에 성공하며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의림여중을 7년 연속 전국소년체전 결승에 진출시키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5년과 2016년 잠시 하키를 떠났던 권 감독은 지난해 모교인 제천상고로 부임해 하키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권 감독 부임 후 제천상고는 승승장구하며 명문팀의 반열에 올랐다.

권 감독의 역할은 다양하다. 비인기종목의 특성상 가정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이 많다. 후원자 만나 이들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권 감독의 몫이다. 11명이 나서는 하키팀인데 선수가 13명 뿐이기 때문에 훈련이나 연습경기에서 부상자라도 나오면 권 감독은 직접 스틱을 들고 대신 경기에 나서기도 한다. 

평소 솔선수범을 지도철학으로 하는 권 감독은 힘든 체력훈련도 같이 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엄마이자, 감독이자, 파트너의 역할까지 한다. 이런 지도 덕분에 지금까지 팀을 이탈한 선수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권 감독의 자랑히기도 하다.

권 감독은 “매일 선수들과 저녁을 먹고 주말에도 함께하기 때문에 딸들에게 신경을 못 써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하키를 사랑하는 마음과 마땅히 지도자로서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제천상고는 17일 오전 10시 라이벌 경기 태장고와 결승 진출을 놓고 결전을 벌인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