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호 K-water 기술정보본부장

물은 중요하다. 과학문명이 눈부신 오늘날에도 생명유지부터 일상생활까지 삶의 전 영역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누구나 필요한 때에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만큼의 물을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당위와 현실 간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 물 배분 형평성, 다원화된 관리 등의 원인으로 효율적인 물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이런 면에서 지난 6월 약 4반세기 만에 물 관리 일원화가 이뤄진 것은 여간 다행이 아니다.

물관리일원화 후 100일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유례없는 폭염, 태풍, 집중호우 등 예측 불가능한 자연의 변화 한복판에서 물과 씨름하며 특히 아쉬웠던 것은 ‘통합물관리’다. 미래를 대비한 진정한 통합물관리 실현을 위해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빅 데이터’다.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유의미한 정보를 찾고, 이를 다시 혁신적 물 서비스 제공기회로 만드는 일이야말로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지름길이다.

물 관리 분야에는 빅 데이터 기술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취수, 정수, 배수와 관련된 물 공급망을 서로 연결하는 스마트워터그리드 △홍수와 가뭄의 예측 및 조절을 통한 재해예방 △오염원 감시 및 물의 품질과 생태계 등에 대한 환경보호 시스템 △기후 및 물관리 상황에 따른 수질 예측 시스템 등이 특히 그러하다.

K-water도 물 분야 빅 데이터 활용을 위해 별개였던 수자원, 수도, 지하수 정보를 연계하고 타 기관의 물정보를 통합하여 국민들에게 MyWater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빅데이터 전담부서인 ‘물정보종합센터’를 신설했다. 댐 저수지 유입량을 향후 10일까지 하루 단위로 예측하는 ‘댐유입량 예측 모델’ 개발을 끝내고 ‘녹조예측 기술’, ‘수도관 동파예측 시스템’ 등을 개발 중에 있다. 이외에도 가뭄정보포털, 지하수정보포털 등을 통해 국민이 다방면의 물 정보를 수량-수질의 통합 관점에서 쉽게 조회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직 미흡한 부분도 적지 않다. 풍부하고 정확한 데이터가 바탕이 될 때 활용도가 한층 크지만, 물 관련 데이터의 대부분이 정부, 관계 기관, 지자체 등으로 나눠 관리되고 일부만 개방돼 있다. 물 분야의 획기적 발전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서는 더 폭넓은 데이터 공개와 자유로운 이용을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데이터 취득 장비의 확충과 통신, 인프라 등의 기술 고도화, 법제도 및 핵심인력 육성도 더욱 힘써야 할 분야이다.

4차 산업혁명, 스마트 혁명 시기에 걸 맞는 물 관리는 우리 모두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슬기로운 빅 데이터 활용으로 통합물관리 실현을 앞당기고, 후세에 풍요로운 물사용과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물려줄 수 있도록 미래 경쟁력을 더욱 키워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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