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 재산권 제약 우려 반발 커
제대로 된 공청회조차 열지 못해
市 “신청기간 따로없어 장기적 접근”

현존 최고(最古)의 수리시설인 제천 의림지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잠정 목록 등재 추진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잠정 중단됐다.

시 관계자는 16일 “지역민들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재산권에 엄청난 제약이 있을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많다”며 “등재된다고 해도 그런 제약이 별도로 생기는 게 아닌 데도,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등재 추진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현존 최고의 수리시설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가 큰 세계 문화유산 등재 추진은 신청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접근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의림지를 포함한 제천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이기는 하지만 주민 반발이 심한 상황에서 굳이 서둘러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제천시는 의림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올리기 위해 2016년부터 여러 절차를 밟아왔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에는 ‘제천 의림지 세계유산 잠정 목록 등재를 위한 연구 용역 최종 보고회’를 열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올 상반기 세계 유네스코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의림지 주변에 땅을 소유한 일부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신청을 미루고 있다. 주민들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의림지 주변 개발 행위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더 큰 제약이 있는 게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주민들이 재산권과 생존권 침해를 이유로 반발하면서 시는 제대로 된 공청회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의림지는 원형이 그대로 있는 현존하는 국내 최고(最古)의 수리시설이다. 시는 4년 전 의림지를 국가 농업 유산으로 신청하려다 주민 반발을 이유로 포기한 바 있다. 의림지 주변 제림(堤林)은 2006년 12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0호로 지정되는 등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빼어난 주변 경관으로 제천 10경 중 으뜸이다. 제천=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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