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국정감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 충북교육청도 17일 국회에서 국정감사를 받을 예정이다. 각종 제출 자료를 만드느라 늦은 밤까지 불 밝힌 사무실이 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보고 시한이 촉박한 데다 대개 3~5년 치 자료를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요구받은 자료는 이미 제출된 54건을 제외하고도 115건에 달한다.

국정감사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추진된다.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하여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30일 이내 기간 동안 실시한다. 대상은 국가기관, 특별시와 광역 단위 지방자치단체, 주요 공공기관 등이다.

학교에서 교사로서 근무할 때도 그랬지만, 교육청에서 교육전문직으로 근무하다 보니 감사 스트레스를 더 많이 느낀다. 감사를 받기 위해 쏟는 행정력을 교육 본연의 업무나 민원 처리에 투여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교육 또는 행정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살펴보니 교육청이 지방자치단체로서 받는 감사의 종류는 한둘이 아니다. 국회 국정감사를 비롯하여 교육부 감사, 감사원 감사, 도의회 감사, 자체 감사 등등. 이에 더하여 국무총리실 부패척결단 조사, 국가권익위원회 수시 조사 등 각종 조사도 받아야 한다. 이 많은 감사와 조사가 다 필요한 것일까. 판단이야 어떻든 간에 교육청이 이런 일들을 수행할 때 학교도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으며 교육활동이 위축되곤 한다. 정말 안타깝다.

물론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자치단체나 기관이 국민을 위하여 법률과 상식에 맞게 행정을 펼치는 것은 중차대하다. 그래서 촘촘한 법규로 규율하며 감사, 조사, 평가, 예산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동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제도적 장치의 운용이 적절하고 효율적인가, 혹여 중복 내지 과잉 제약으로 응당 충실해야 할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가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는 따로 살펴볼 점이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단위별로 의회를 두어 집행기관을 견제·감시하도록 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한다. 국회 국정감사는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와 성격이 유사하고 내용적으로도 많은 부분에서 겹친다. 지방자치단체로서 교육청은 중앙 부서인 교육부, 또 독립기관인 감사원 등등으로부터 이미 이중 삼중의 감사를 받고 있다. 말하자면 가로 세로로 감사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권력의 한 주체로서 국회가 국정을 살펴보고 바른 입법 활동을 펼치기 위해 국정감사를 벌이는 것은 필요한 일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긴 하다. 다만 그러한 국정감사활동이 혹 중복, 과잉이 되고 있는 면은 없는지 행정력 낭비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검토되었으면 좋겠다.

국회의 국정감사는 소관 중앙부서와 중앙기관 등에 한정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에 맡겨두는 것은 어떨까. 이러한 방향이 분권과 자치의 시대적 흐름에 부합되는 것은 아닐까.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감사를 준비하고, 감사를 받느라 투여하는 행정력을 덜어내 주민을 위해, 또 본연의 소임을 위해 쏟아 붓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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