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상상의 여지가 많은 도시로의 여행은 언제나 필자의 가슴을 뛰게 한다. 대전과 가까운 공주와 부여를 좋아하고 손님이 오면 반드시 데리고 간다. 1400여 년 전의 백제에 대해 설명하고 그 역사를 함께 상상하는 것은 늘 짜릿함을 준다. 이번 바르셀로나의 여정도 그러했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 피카소, 달리, 미로가 활동했던 예술가들의 도시다. 또 로마제국의 주요도시였으며 오랫동안 이슬람 왕국이었기 때문에 이슬람 문화와 유럽의 다양한 문화가 함께 공존해 있다. 역사는 물론이고 예술가들의 열정과 흔적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는 바르셀로나는 필자에게 다양한 감흥을 주기에 충분했다.

스페인 카탈루냐의 중심도시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는 뉴스에 종종 등장하기 때문에 익숙할 것이다. 안내판에 카탈루냐어, 영어, 스페인어가 반드시 함께 표기되어 있는 것만 봐도 카탈루냐는 스페인과는 다른 언어와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중세시대 스페인 중앙에는 카스티야 왕국이 현재 카탈루냐 지방을 중심으로 아라곤 연합왕국으로 있었는데 두 왕족의 결혼으로 통합되었다. 언어, 인종, 문화 등 차이가 많은 두 왕국이 화합되지 못하고 오늘날까지 갈등을 심화시켜 온 것이다. 그 대립은 축구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마치 목숨을 건듯 경기를 치루는 것은 그런 역사적 배경에서 기인한다.

바르셀로나 구 시가지를 두 시간 남짓 걷는 동안, 오래전의 역사를 마치 오늘 일어났던 일상처럼 만날 수 있었다. 고대 건축물, 웅장한 광장과 좁은 골목길 등이 도시계획에 파괴되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옛 시장의 보존과 공무원들의 노력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재개발로 인한 건물 파손을 최소화했으며 필요에 따라 건물 전체를 고스란히 옮기거나 건물의 표면만 이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바르셀로나를 세계적 도시로 알린 것은 가우디, 피카소, 달리와 같은 예술가들 덕분일 것이다. 청소년 시절부터 바르셀로나에서 살았던 피카소는 바르셀로나를 고향으로 여겼다. 피카소의 그림 2500여 점이 전시돼 있는 피카소박물관을 방문하고 ‘4마리의 고양이(Els Quatre Gats)’라는 식당엘 갔다. 피카소와 미로 등 예술가들이 자주 모였으며 특히 피카소가 처음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한 곳이다.

바르셀로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성당)을 지은 가우디의 도시이기도 하다. 1882년에 짓기 시작해 가우디가 죽을 때까지도 완성되지 못했고 지금도 계속 공사중인 이 건축물은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도시 곳곳에서 그가 지은 가우디 아파트, 구엘 궁전과 공원, 갈베트 저택을 보면 과연 사람이 지은 건물인가 싶다.

우송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 CETT-UB와 2+2 복수학위 과정 및 1년 과정의 컬리너리 학점인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참여하는 재학생들은 바르셀로나에서 생활하게 된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여정이었지만 이 멋진 도시에서 공부할 학생들이 더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품기를 기대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