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자는 날이 갈수록 뜨악해 진다. 사자(死者)는 날이 지남에 따라 점차 배설물이 되어 잊혀져 간다. 말로 친한 사이였던 자도 일단 멀리 떨어지면 소원(疎遠)해지고 만다는 말이다. 6개월이 지나면 잊혀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떠나는 자는 날로 뜨악해 지고 오는 자는 날로 친해진다. 곽문(郭門)을 나서 바라보면 오직 보이는 것은 언덕과 무덤, 고분은 갈아엎어져 전답이 되고 송백(松柏)은 잘리어 땔감이 된다. 백양(白楊)에는 구슬픈 바람이 일고 숙연하여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옛 고향으로 돌아가고 파도 돌아갈 길 없으니 어찌할까,

“죽은 사람은 잊혀져 갈뿐. 하나 살아 있는 사람은 나날이 친해져 간다. 고을의 성분을 나서 교외로 눈을 돌리던 저편 언덕과 그 아래에는 옛 무덤이 보인다. 게다가 낡은 무덤은 경작되어 밭이 되고 무덤의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무덤 주위에 심어진 송백은 잘리어 불 땔 나무가 되어 버렸겠지. 백양의 잎을 스쳐가는 구슬픈 바람소리는 옷깃을 여미게 하고 마음 속 깊이 파고든다. 그럴 때마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으나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고 영락한 몸이라 돌아갈 수가 없다.” 고시 十九수 중 남녀 간의 정을 노래한 것으로 보이는 十二수를 제외한 나머지 六수는 전부 이와 같은 인생의 고통과 무상을 노래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생지간에 홀연히 멀리 떠나가는 나그네와 같다”(第三首) “인생 한 세상이란 홀연히 흩어지는 티끌과 같다”(第四首) “인생은 금석(金石)이 아니다. 어찌 장수할 것을 기대하겠는가”(弟十一首) “우주 천지간에 음양은 바뀌고 나이란 아침 이슬과 같다”(弟十三首) “인생 백을 살지 못하면서 천년 살 것을 걱정한다”(弟十五首) 등을 들 수 있다.

여기 보이는 것은 적구(摘句)에 지나지 않으나 어느 것이나 감정의 발현(發現)이란 점에서 볼 때 다시 없을이만큼 아름답다. 인생무상이라 하지만 인생은 아름다움이 가득하기에 자기 생애동안 값지고 나라의 기둥이 되고파 노력한다.

가신 분은 날이 갈수록 멀어지는 듯 하지만 그분들이 남긴 흔적이 있기에 현재가 더욱 발전한다. 조상 음덕도 4대 120년 이상 살펴주신다 한다. 나라를 위한 위대한 분들의 얼은 평생 남아 있기에 대한(大韓)이 만만세(萬萬歲) 광영(光榮)속에 자기마다 최선을 다해 보자. <국전서예초대작가·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