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태 ETRI 미래전략연구소장

청명한 계절이다. 야외 운동하기에 딱 좋다. 건강하려면 하루에 만보는 걸어야 한다고 알고 있다. 그 기준은 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영국의 BBC에 따르면 ‘하루 만보’ 캠페인은 일본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1960년대 일본에서는 성인들이 하루 4000보 정도를 걷는 데 1만보까지 늘리면 30%정도 칼로리를 더 소모해 비만이 감소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근거로 1964년 도쿄 올림픽 때 걸음 수를 측정하는 ‘만보계’가 출시됐고, 대대적인 상업적 마케팅의 산물로 근거가 미약한 ‘하루 만보’ 건강 기준이 확산됐다고 한다. 이후 시간은 줄이고 효과는 높이는 여러 운동 방법들이 제시됐다.

그 중의 하나가 미국스포츠의학회(ACSM)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동으로 제시한 건강증진 운동 가이드라인이다. 스포츠 과학 분석에 따르면 한 번 운동을 하면 그 효과가 48시간 지속된다. 따라서 지속적 운동 효과를 누리려면 주 3일 이상은 운동을 해야 한다. 기존의 강도가 높은 한번에 30분 이상 주 3일을 실천하기 보다는 10분 정도로 해서 하루 누적 30분 이상 주 5일로 나눠서 자주하는 것이다.

‘병은 알리고,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말이 있다. 의료 지식정보가 크게 부족하던 시절 병은 알릴수록 더 나은 치료 방법을 알 수 있었다. 지식정보가 보편화된 지금은 개인 의료정보가 알려지면 이를 악용하는 세력들에게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개인 의료정보 거래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익명의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도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막혀 있다.

맞춤형 의약품 개발, 인공지능 의료기술 개발은 의료 빅데이터 활용이 필수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은 새로운 의료 서비스를 위해 의료 빅데이터 규제를 경쟁적으로 풀고 있다. 미국에선 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더해서 생체정보까지도 거래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개인이 거부하지 않으면 의료기관은 익명 의료정보를 사업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디지털 정보화를 선도해온 우리나라는 의료 빅데이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는 의료 빅데이터로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의료 서비스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목적으로 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을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노동시민단체들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민간 의료 빅데이터 사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개인의료 정보 등을 가명 처리해 기업이 활용하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추진하려한다”며 “개인정보규제를 더욱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규제를 풀어 의료 서비스 신산업을 일으키고자 하는 정부와 역기능을 우려하는 시민단체들과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결국은 발전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의료 빅데이터 사업이 활발히 진행될 것을 기대한다. 언제쯤 합의에 이르게 될까?

성인병 예방과 건강관리는 일차적으로 각 개인의 책임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는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추세와 맞물려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미래 산업으로 부상했다.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는 다른 기기와 긴밀하게 연결되고, 첨단기술과 정보처리 기능을 융·복합하는 추세가 가속화 하고 있다. 개인 건강정보 보안 강화와 안전한 기능 융·복합 및 상호 호환 운용을 위해서는 기술 표준화가 필수다. 10월22일 서울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주최하고, ETRI 등이 주관한 ‘2018년 스마트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열리고, 부산에서는 국제 표준화기구 IEC의 총회 겸 기술전시회를 개막한다. 두 행사의 표준화 논의가 합의 도출의 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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