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충북 옥천군 문화예술팀장

옥천이 낳은 한국현대시의 거장 정지용을 기리는 축제가 국내·외에서 열리고 있다. 정지용 시인의 고향인 옥천에서는 올해로 31회째 개최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20회까지 연변에서, 지난해부터는 항주에서 열리고, 일본에서는 올해로 8회째 개최하게 된다.

지난 9월 27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중국 항주시의 항주사범대학교에서 제2회 항주지용제가 열렸다. 항주는 중국 절강성의 성도(成都)로 서울 면적의 10배 정도이고, 인구는 1500만명이나, 유동인구까지 합치면 2500만명이 되는 중국 동남부에 위치한 교통·경제 중심의 중국 5대도시 중 하나다. 이번 행사가 열린 항주사범대학교는 중국 최대의 인터넷기업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회장이 졸업한 학교로 최근에 주목을 받는 대학이다. 항주에는 항주사범대학교를 비롯해 절강외국어대학교, 절강수인대학교, 절강월수외국어대학교, 절강관광대학 등 5개 대학에서 한국어학과가 개설돼 1300여명이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다고 한다.

첫날에는 옥천군 청산면 출신으로 1919년 임시정부 수립 당시 의정원 의원으로 활약한 조동호 선생, 1922년 임시정부 비서 및 비서장으로 활동한 이원면 출신 곽중규 선생, 옥천읍 출신 독립운동가 김규흥 선생의 거주지 및 폭탄제조 현장 등 옥천출신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둘러봤다. 둘째 날에는 정지용 국제학술세미나가 열려 항주사범대학교 공미희 교수의 정지용 문학작품을 활용한 한국어 교육에 대한 논문 발표와 절강외국어대학교 김염 교수의 정지용과 하이즈시에 나타난 생명의식 비교, 인하대 최현식 교수의 정지용과 동시(童詩), 절강월수외국어대학교 최미란 교수의 정지용 시에 나타난 하이데거의 실존적 죽음의식 고찰과 항주사범대학 김영란 교수의 윤동주 문학에 대한 논문 발표 등 정지용의 시, 비교문학 등에 관한 열띤 토의가 진행됐다. 셋째 날에는 한국어학과가 개설된 항주시 5개 대학 학생 35명이 참석한 지용 백일장이 평화와 기쁜 기억이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정지용 시낭송대회에는 24명이 참가해 갈고 닦은 기량을 맘껏 뽐냈다. 어떤 학생은 한복까지 곱게 차려입기도 했고, 감정에 몰입돼 눈물을 보이기도 하여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기도 했다. 또 숙명여자대학교 김응교 교수는 정지용과 윤동주의 고향에 대한 특강을 통해 윤동주 시인이 정지용의 시로 습작을 했으며, 정지용은 윤동주의 '시적(詩的) 아버지'로 불린다며 두 시인의 관계에 대해 역설했다. 이어 항주 측에서 학생들이 준비한 반주와 노래에 이어 옥천 측에서 선보인 송민숙 무용가의 춤, 김율희 난계국악단원의 연주, 박호희 시낭송가의 시낭송은 우리 고유문화의 높은 품격을 선보이며 200여 관중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으며, 양측의 문화예술 교류를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됐다.

행사기간 중에 김재종 옥천군수와 중국 항주사범대학교 장지군 당위부서기가 참석한 가운데, 정지용문학센터 개소식을 갖기도 했다. 항주사범대학교는 지용제의 세계화에 공감하고 항주 시내 한국어학과가 개설된 5개 대학교와 지용의 시문학적 우수성을 알리는데 협력하기로 하는 등 항주지용제 개최에 적극적인 열의를 보였으며, 정지용문학센터 개소를 계기로 정지용 문학에 대한 연구와 학술적 교류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97년부터 중국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연변에서 정지용 시인의 아름다운 시 정신을 전파하고 우리말 전승을 위해 개최됐던 연변지용제, 이제는 한국어학과 개설돼 우리말을 배우는 중국 학생부터 정지용의 아름다운 시를 읽고 배우는 것이 옥천의 정지용, 한국의 정지용을 넘어 세계화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며, 이번 항주지용제가 지용의 세계화를 위한 토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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