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사 오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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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에 정착한 6명의 외지인…인간 본성 다룬 영화 '양의 나무'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평화롭고 한적한 어촌에 외지인 6명이 잇따라 이주한다.

오랜만에 맛보는 듯 라면을 허겁지겁 먹는 남자, 옷에 곰팡내가 날까 신경 쓰는 여자, 눈에 깊은 상처가 있는 노인 등 모두 오랜 시간 세상과 담쌓고 지낸 듯 보인다. 이들의 정착을 돕던 시청 직원 쓰키시에(니시키도 료)는 그들이 모두 가석방된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본영화 '양의 나무'(요시다 다이하치 감독)는 꽤 흥미로운 설정에서 출발한다. 모범수로 가석방된 6명은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 대상이다. 어촌의 인구 감소와 교도소 과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 시행된 프로젝트로, 이들은 이주한 마을에서 각자 생업에 종사하며 10년 동안 무사고로 지내면 풀려날 수 있다. 6명은 각각 택배배달원, 청소부, 세탁소직원, 이발사, 간병인, 낚시꾼으로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어디를 가나 쉽게 마주칠 정도로 작은 마을에서 과거는 쉽게 들통난다. 이들의 과거를 알게 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지레 겁을 먹고 한 발 뒤로 물러서거나 더는 함께 일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과거를 알고도 끝까지 믿음을 버리지 않고 보듬어주는 이들도 있다.

이야기는 쓰키시에와 택배 일을 하는 미야코시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착하고 평범한 공무원 쓰키시에는 미야코시와 친구로 지내다가, 오랫동안 흠모한 여자를 빼앗길 처지에 놓이자 그의 과거를 폭로하고 만다.


선인과 악인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도 '살인자'라는 전력을 지닌 상대 앞에서 믿음은 쉽게 흔들린다. 순식간에 이성과 감성은 따로 놀고, 믿음과 불신 사이에서 갈등한다.

전과자인 이들도 속죄하며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라지만, 세상은 그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살인자라는 낙인과 편견은 또 다른 살인을 만들어낸다. 혹은 세상의 편견이 아니더라도 숨긴 본성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작품은 인간의 혼란스러운 본성을 다뤘다는 점에서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의 범죄 스릴러 '분노'를 떠오르게도 한다.


영화는 그러나 소재의 참신함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한껏 호기심을 자극했다가 다소 허탈한 결말로 끝난다.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극 전개가 촘촘하지 못하고 느슨한 편이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야코시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의 과거는 대충 말로 때우고 지나가는 식이다. 이들의 현재 모습은 다소 과장되고, 때로는 코믹하게 그려져 긴장감이 떨어진다. 다양한 은유가 나오지만 마음에 확 다가오는 편은 아니다.


극에는 머리는 물고기, 몸은 인간 형상인 마을의 수호신 '노로로' 전설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 영화는 이 전설에 빗대 인과응보로 급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함으로써 스릴러에서 판타지로 바뀐다. 니시키도 료, 마쓰다 류헤이 등 일본의 유명 배우가 출연했다. 동명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제목 '양의 나무'는 양이면서 식물이기도 한 경계를 알 수 없는, 서양에서 전해지는 전설의 식물을 일컫는다. 10월18일 개봉.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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