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안대군 영정'(충남 문화재자료 제329호)이 도난 당한지 18년 만에 전주이씨 종중의 품으로 되돌아왔다. 종중의 애타는 심정을 뒤늦게나마 달랠 수 있게 돼 천만다행이다. 익안대군 영정은 태조 이성계의 셋째아들 이방의(1360∼1404)의 초상화다. 조선 시대 사대부 초상화의 전형적인 형식과 화법을 담고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 이밖에도 수많은 도난 문화재 회수에도 만전을 기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전형적인 전문털이범의 소행이었다. 도난으로부터 회수까지 18년 동안 이리저리 얽힌 유통경로를 보면 눈 속임수의 달인들 같다. 논산 전주이씨 종중 영정각에서 이를 도난당한 것은 2000년 1월 무렵이었다. 전문털이범이 영정을 훔친 후 골동품 유통업자에 팔아넘겼고 이 업자는 일본으로 이를 밀반출해서 현지에서 정상 구입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 세탁' 과정을 거쳐서 국내로 들여온 이후 이를 다른 업자에게 팔아 넘겼다. 결국 관련된 일당들이 우여곡절 끝에 당국에 일망타진됐지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도난 문화재는 회수하기가 어렵다. 해외로 밀반출되거나 암시장에서 은밀하게 유통되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도난 문화재는 모두 1만2977점으로 이 가운데 회수율은 고작 19.9%에 불과한 것으로 국감자료는 밝히고 있다. 도난문화재는 국가지정 9점, 시·도지정 231점, 비지정 1만2737점 등이다. 상대적으로 관리 감독이 허술한 비지정문화재 도난 비율이 높다. 오랫동안 간직해온 유일무이한 정신적·문화적 자산을 통째로 잃어버리는 건 순식간이다.

이번 영정 회수 과정에서 보았듯이 도난 문화재를 사고 파는 행위는 불법임이 명백하다. 2007년 '문화재 선의취득 배제' 조항을 신설한 결과다. 그간 도난 문화재가 알게 모르게 유통됐던 일부 행태를 더 이상 용인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평소 문화재 도난 예방에 주력하고 도난당한 문화재에 대해선 회수를 위한 물 셀틈 없는 추적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도난 문화재가 해외에서 불법 유통되지 않도록 국제 공조 수사 역시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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