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규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장

초등학교를 다니던 어렸을 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대전에서 보내고 올해 초에 인사발령에 따라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고향과도 같은 대전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대전은 엄청나게 변화하였다. 1989년 직할시가 되고 1995년에는 광역시로 바뀐 대전은 지리적 특성이 더해져서 명실상부한 충청지방의 핵심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인구가 150만 명을 육박하는 거대도시로 변해있어 필자처럼 대전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도 볼일을 위하여 이동할 때에는 반드시 미리 확인하거나 스마트폰 같은 기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도시가 복잡해졌다.

이러한 외형적 변화는 발전이란 측면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자란 곳이 대한민국의 중심도시의 하나로 커져 있다는 사실은 우리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이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외형적인 성장에만 만족할 수 없다.

도시의 양적 팽창에 견줄 수 있도록 의식과 실생활 면에서의 발전 또는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에 다중이 모이는 곳에서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를 목격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엘리베이터에서, 지하철 안에서,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 그리고 음식점 등에서 다른 사람의 무례한 행위로 불쾌한 기억을 경험한 사례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또 우리 대전을 여행하거나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운전 습관과 교통질서는 과연 내세울 만한가 하는 의문도 든다. 막 운전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나, 이 도시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교통질서와 운전문화는 첫 인상을 좌우하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21년부터 88년간 유지해 오던 좌측보행제도를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하여 2010년부터 우측보행제도로 바꾸었지만, 지하철 역사를 오르내릴 때나 도보를 걸을 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좌측보행을 하여 우측보행을 준수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불편하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대전에 앞에서 얘기한 것과 같은 부정적인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생활하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은 출퇴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구에게나 반갑게 인사한다. 어디에서나 지나치게 서두르지 않고, 차분한 모습의 도시 분위기는 사람에 따라서는 시각이 다르지만 여전히 대전 특유의 보기 편안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밝고 긍정적인 문화가 정착되어 가고 있음에도 아쉬운 측면을 고쳐 나가자고 얘기하는 것은 우리 대전이 보다 살기 좋고, 살만한 도시로 한층 발전하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출발한다.

2019년은 대전시 출범 70주년, 광역(직할)시 승격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대전시에서도 내년을 ‘대전 방문의 해’로 설정하고 5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대전을 다녀가도록 한다는 목표 하에 국내관광을 활성화하는 선도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의식과 문화면에서 한 단계 더 성숙해진다면 대전시 등 당국의 노력과 어우러져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 대전이 더 찾고 싶고, 살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이다. 필자 주변에는 대전과 인연이 거의 없다가 직장 등의 사유로 이곳에 살면서부터 은퇴 후 정착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이런 분들이 더 늘어날 수 있도록 우리가 좀 더 다른 사람들은 배려하고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해 보자.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